[MLB]타점왕 경쟁이 뜨거운 내셔널리그

중앙일보

입력

'오리무중'.이 말은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순위 경쟁을 표현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말일 것이다.그러나 이 말은 후반기 또 하나의 흥미거리가 되고 있는 개인기록 경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꼭 들어맞는 말이 되고 있다.

후반기에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개인기록 경쟁이라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37세이브)와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매리너스,35세이브)의 세이브 1위 싸움,짐 토미(클리블랜드 인디언스,38홈런)와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35홈런)의 홈런 1위 경쟁이 될 것이고,내셔널리그에서는 제프 쇼(LA 다저스,34세이브)와 롭 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3세이브)의 세이브왕 경쟁이 될 듯 싶다.

그러나 모든 개인기록 경쟁 중에서도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기록 경쟁이라면 단연 내셔널리그의 타점왕 경쟁이 될 것이다.8월 10일(한국시간) 현재 내셔널리그에는 3명의 선수들이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타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토드 헬튼(콜로라도 로키스) 그리고 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가 바로 이들 주인공들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곤잘레스가 107타점,그리고 헬튼과 소사가 105타점으로 지금 상황으로 본다면 시즌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평가가 될 것 같다.

시즌 중반 한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타점 1위를 거의 굳힌 것 같았던 곤잘레스의 독주체제는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곤잘레스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헬튼과 소사가 추격전을 전개하며 타점왕 경쟁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 시즌에 기록한 114타점이 자신의 한 시즌 최고의 타점기록이었던 곤잘레스는 지금 추세로 본다면 한 시즌 최다타점 경신은 거의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그러나 곤잘레스에게는 소속팀인 애리조나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서 개인 기록에 연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곤잘레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에 애리조나가 선두자리를 다저스에게 내주며 지구 3위로 내려 앉은 것도 그의 팀에서의 위상이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시즌 147타점을 기록하며 양대리그 통틀어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렸던 헬튼은 곤잘레스에 비한다면 타점왕 경쟁에 있어 다소 유리한 편이다.이미 소속팀인 콜로라도가 오래 전부터 지구꼴찌를 고수하며 포스트시즌의 꿈을 접어 버린지 한참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헬튼은 상대적으로 기록도전에 있어 유리한 것만은 분명하다.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1998년 이후 한시즌 100타점 정도를 올리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헬튼은 2년 연속 리그 타점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소사 역시 헬튼처럼 후반기에 무서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올시즌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현역 선수로서는 2번째로 4년 연속 130타점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소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맞붙은 10일 경기에서는 3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등 절정을 기량을 과시하고 있어 그도 역시 유력한 타점왕 후보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선수들의 타점왕 경쟁은 단순한 타점왕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이들 3명의 선수들은 이러한 타점왕 경쟁과 더불어 또 다른 대기록을 향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곤잘레스가 도전하고 있는 대기록은 한 시즌 400루타이다.

지금까지 곤잘레스가 기록하고 있는 루타수는 312루타로서 시즌 막판 팬들은 이 대기록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같다.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400루타가 기록된 적은 모두 25번이며,1950년대 이후에는 고작 5번만이 작성되었을 뿐이다.

2년 연속 50개의 2루타에도 도전하고 있는 헬튼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의 한 시즌 장타수 100개에도 도전하고 있다.역사상 한 시즌에 100개 이상의 장타를 달성했던 선수는 9명에 불과하며 이들 중에서 루 게릭과 척 클레인만이 이 기록을 두 번 달성했었다.그러나 이제까지 그 어느 누구도 2년 연속으로 100개 이상의 장타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올시즌 헬튼은 사상 처음으로 기록될 대기록을 향해 뛰고 있는 것이다.지난 시즌 헬튼이 기록했던 장타는 103개였는데 1950년대 이후에 이 기록을 달성했던 선수는 그와 앨버트 벨(1995년)의 단 2명뿐이었다.현재까지 헬튼이 기록하고 있는 장타수는 모두 73개(홈런 35개,2루타 37개,3루타 1개).시즌이 끝날 때쯤 헬튼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배리 본즈와 곤잘레스의 양강구도로 진행되고 있던 홈런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소사는 현재까지 4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1위 본즈와는 9개차.뒤집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소사에게는 이보다는 더 의미 있는 기록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만이 달성했었던 4년 연속 50홈런이라는 대기록이 바로 그것이다.앞으로 시카고 커브스에게 남은 경기는 49경기.소사의 대기록 달성은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갖가지 흥미거리를 만들어내며 21세기의 첫 시즌을 화려하게 열고 있는 올시즌 메이저리그는 또한 시즌 후반기에 야구 영웅들이 이루어가는 신화 사냥과 함께 팬들에게 더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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