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연구 미정부 지원발표 의미와 국내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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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간배아 줄기(幹)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정부 기금을 조건부로 지원키로 함으로써 국내에서도 이와관련된 논의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금지돼 온것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자유롭게 진행돼 왔고, 또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인간배아 창출이나 그렇게창출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시각에 따라서는 획기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그가 윤리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반대해온 기존의 입장을 바꿔 천문학적 규모의 연방정부 기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충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 생명공학계의 지적이다.

그의 이번 결정은 최근 생명공학계의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며 앞으로 각국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는 만큼 우리도 국가적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보건원(NIH) 등 세계 최대의 생명.의학 연구 인프라와 연방기금의 지원하에미국의 국.공립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나서고결과가 곧바로 의학계, 산업계의 적용되면 우리나라의 세계 경쟁력은 고사하고 오히려 기술적 종속 관계가 심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미국이 올 한해동안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키로 한 2억5천만달러는 우리나라가 생명공학 분야에 쏟아붓는 한해의 전체예산과 맞먹는 것"이라며 "미국정부의 정책변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기본법 실무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서정선 교수는 "보수적인 성향의 소유자인 부시 대통령이 이같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미국이 특유의 사회조정 능력을 갖췄기 때문" 이라며 "우리도 국가적 전략의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했던 부시가 연구비를 지원키로 결정한 것은 이 연구의 의약적,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봐야한다" 면서 "우리도 생명윤리기본법을 제정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이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깊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일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과학기술부에 제출할 계획인 생명윤리기본법시안의 보고서는 폐기될 냉동배아를 이용하는 줄기세포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되배아를 사용하는 경우 정자와 난자 제공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유산된 태아조직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도 부모의 동의를 거쳐 한시적으로허용하지만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인간배아를 창출하거나 불임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생명공학계가 처한 상황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에 명확하게 상충되는 내용은 없지만 우리나라 생명공학계가 `제한적 허용''이란 소극적 테두리에 가둬진 반면 미국의 학계는 연방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합법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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