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비친 민주당은 사분오열·지리멸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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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정치위원장으로 영입된 안경환 위원장(서울대 법대 교수)은 5일 오전 선대위 첫 회의에서 한 당직자가 당의 노란색 선거운동용 점퍼를 건넸지만 착용을 거부했다. 선대위원장급 이상 참석자 중 그만 홀로 정장 차림이었다. 그러곤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2장 분량의 원고를 읽어나갔다.

 그는 “바깥에 비친 민주통합당의 모습은 사분오열, 지리멸렬 그 자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함께 경선을 치른 분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28명의 국회의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당의 후보가 어떻게 되든 간에 수수방관하며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고,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언급했다. “왜 무소속 후보와 그분을 지지하는 청년, 시민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타도해야 할 구체제의 ‘앙시앵 레짐’(1789년 프랑스혁명 때 타도 대상이었던 절대왕정체제)으로 폄하하는지, 우리는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보호 밖의 후보에게 엄연한 무게가 실려 있음에도 단지 기존 정당정치 속으로 들어오라고만 주문하는 오만함은 불식시켜야 한다. 그분들이 왜 우리나라 정당정치 자체를 냉소하게 됐는지 성의 있는 성찰과 통절한 반성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여건과 기류가 우호적이었던 4월 총선에서도 구태의연한 정치작태와 분열을 거듭하다 절호의 기회를 잃고 입법부를 힘없이 내줬다. 대선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못한 정치인에겐 역사의 낙인만 남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최근 언급한, 4월 총선 패배 책임론과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는 그의 발언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안 위원장의 손을 꽉 쥐었다. 안 위원장은 한 손만 내밀었다. 한 참석자는 “위원장들 모두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발언을 들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더 아팠다”고 반응했다. 안 위원장의 쓴소리는 오후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제안하면서 민주당에 ‘보약’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피력한 강한 혁신의 분위기가 단일화를 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깥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민주당의 혁신을 통해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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