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 집값 하락폭 가장 큰 곳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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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권 못지 않은 몸값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던 경기도 과천시 부동산 시장이 썰렁하다.

연말 공공기관이 충남 세종시로 본격적인 이전을 시작하면서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값은 올 들어 8.5%(10월 말 기준) 떨어져 서울ㆍ수도권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김포가 7.3%, 파주가 5.5% 내려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4.9%), 노원구(-4%) 등이 많이 떨어졌다.

2007년만 해도 과천 아파트값은 3.3㎡당 3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과천시 별양동 주공2단지(1982년 입주) 52㎡형은 2007년 2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중앙동 주공1단지(1981년 입주) 52㎡형은 6억8100만원(5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같은 시기에 서울 강남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7년 초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0㎡형은 8억3000만~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래미안 59㎡형은 7억700만원(13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과천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다.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황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

과천시는 2007년 1월 이후 서울ㆍ수도권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값은 2007년 1월 이후 26.5% 내려 하락폭이 가장 컸다. 2007년 9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하던 주공2단지 52㎡형은 올 5월 5억9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보합세를 보였다.

서울ㆍ수도권에서 아파트값 하락폭 가장 커

과천 주택시장을 덮은 먹구름은 올 들어 더 짙어지고 있다. 연말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과천이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정부기관이 이전하기 시작하면서다.

1982년 보건사회부와 과학기술처 입주를 시작으로 현재 9개 중앙행정부처가 옮겨오면서 6000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일하는 행정도시로 조성됐다.

하지만 연말부터 세종시 등지로 공공기관이 이전하게 되면 이들 수요가 싹 빠져나가게 된다. 별양동 L공인 관계자는 “과천시는 사실상 공무원이 주요 수요층인데 이들이 빠지고 난 공백이 어떻게 메워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권도 풀이 죽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각종 음식점ㆍ카페 등은 비상이다. 일부 음식점 등은 세종시로 함께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요층은 물론 임차인도 빠져나가려 하자 임대료는 물론 권리금도 떨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권리금이 1억5000만원에 달했던 중앙동 26㎡형 상가(1층)은 권리금이 3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고깃집이었던 264㎡ 상가(1~2층)도 보증금 1억원에 월 800만원에서 최근 월 500만원까지 임대료가 떨어졌다.

과천 주민들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종시에 대한 관심만 클뿐 공공기관 이전으로 타격을 입은 과천시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동 C공인 관계자는 “1차 이전으로 3000명 정도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대책은 없어 사실상 버린 자식 취급이나 다름없다”며 "나온 대책이라는 게 이전 전까지 공공기관 내 구내 식당 휴무를 월 1회에서 월 4회 늘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과천 부동산 시장에는 냉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공공기관 이전 후 남은 빈 땅 개발이 본격화하면 정부청사 못지 않은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경기도와 과천시는 공공기관 이전 후 남은 빈 땅에 과학기술 R&D 등을 조성해 과천시를 교육·과학·연구 중심 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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