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등산 거뜬히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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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건강을 찾은 60대~70대 ‘사랑회(환우회)’ 회원과 산악인 엄홍길(가운데),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오른쪽)이 청계산 등반에 나섰다. 김수정 기자

“평균 연령 70세가 맞습니까?”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이 놀랐다. 23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랑회(환우회)’ 회원 11명과 함께한 청계산 등반 현장에서다. 이들의 나이는 63세부터 79세까지. 청계산 원터골에서 옥녀봉을 지나 다시 원터골로 돌아오는 두 시간 산행 코스에 도전했다. 엄 대장은 “많은 사람과 등산하러 다녀 봤지만 (이분들은) 50대 후반 같다. 너무 산을 잘 탄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나서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산행에 참여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후 1~3개월이면 일상생활은 물론 가벼운 운동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고 말했다. 무릎 건강을 위한 등산법과 인공관절 수술로 활기를 되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펭귄 걸음처럼 걷게 되는 퇴행성관절염

퇴행성관절염으로 10여 년간 고생을 한 홍정순(63·여·서울시 관악구)씨. 오른쪽 다리에 찾아온 관절염 때문에 취미로 즐겼던 댄스 스포츠를 더 이상 하지 못하자 활력이 넘쳤던 일상생활은 감옥처럼 느껴졌다. 통증이 심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발걸음을 떼지 못해 꼼짝없이 집에만 앉아 있었다. 퇴행성관절염 말기엔 뼈와 뼈가 맞닿는 고통이 심해진다. 홍씨는 O자형으로 다리가 굽어 소파에 앉아 있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 원장은 “퇴행성관절염 말기가 되면 다리가 휘어 펭귄 걸음처럼 걷는다. 다리뿐 아니라 골반까지 틀어져 허리 건강까지 망가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인공관절 수술(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은 홍씨는 “거짓말처럼 2주 만에 걷게 됐다”고 말했다.

 홍씨처럼 무릎 연골이 다 닳아버려 뼈가 맞닿은 퇴행성관절염 말기엔 인공관절치환술이 최선의 대안이다.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 대신 인체에 해가 없는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만든 인공관절로 대체해 무릎 관절의 통증을 없애주고 운동 범위를 확보한다. 고 원장은 “보통 수술 뒤 1~2개월이면 통증은 사라져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일상생활은 물론 가벼운 등산 등 운동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

◀등산 스틱 잡는 법=손잡이끈 아래에서 위쪽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스틱을 가볍게 잡고 손잡이끈이 엄지손가락 아래로 위치하게 해 무게를 받게 한다. 산을 내려올 때는 손바닥이 스틱의 손잡이 부분을 가볍게 덮듯이 잡는다. [중앙포토]

  산행 내내 선두에서 엄홍길 대장과 함께 페이스를 맞추던 조용배(77·남·서울시 노원구)씨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돌부리에 넘어져 다리를 다치면서 관절염은 점차 심해졌고, 설상가상 기억상실증까지 찾아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친구도 없었다. 어느 날 딸이 현금 뭉치를 들고 찾아와 “아빠, 지금 여기서 다리를 잘라 버리고 죽을까요, 아니면 이 돈 가지고 수술(인공관절 수술) 받으러 가실래요”라고 물었다. 조씨는 딸과 함께 울면서 연세사랑병원을 찾았고, 작년 1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2주 만에 걷게 되자 신이 나서 병원 복도를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관절염 환자에게 등산 안 좋다는 속설

4년 전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정효남(72·여·서울시 강남구)씨도 수술을 받고 두 달 뒤부터 양재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늘 걱정이 되는 게 있다. 정씨는 “관절염 환자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람은 등산을 피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의 말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근력을 충분히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으면 등산이 해로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가파른 산을 피하고 청계산처럼 완만하고 비교적 짧은 코스의 산행을 하라는 것. 특히 인공관절 수술 뒤 3개월 정도 꾸준히 근력을 만드는 재활운동이 필요하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뿐 아니라 노인층에서도 등산을 할 때 지켜야 할 보행법이 있다. 무릎이 굽혀지는 각도를 신경 쓰는 것이다. 엄 대장은 “산을 오를 때 무릎을 보호하려면 종아리 뒤쪽과 허벅지 뒤쪽이 이루는 각도가 120도 이상이 되는 경사가 심한 산은 피하고, 90도 안쪽으로 되는 완만한 산을 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오해도 많다. 15년이 지나면 망가진다는 것. 고 원장은 “15년이 지나면 무조건 다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100명 5명꼴로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평생 가는 사람도 있어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관절 지키는 산행법 핵심은 무릎 각도

관절 건강을 지키는 등산법은 없을까. 엄홍길 대장은 “인공관절 수술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스틱을 이용해 등산을 하면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틱은 가급적 양손에 들고, 걸을 땐 발과 반대 방향으로 손이 나가도록 한다. 스틱은 손을 위로 넣어서 감싸서 잡는 식으로 수직 각도가 되도록 한다.

 특히 산을 오를 때와 내릴 때 스틱의 길이가 달라지도록 조절해야 한다. 엄 대장은 “경사면을 올라갈 때는 스틱이 길면 상체가 뒤로 젖혀져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오르막길은 스틱을 짧게 조절하고, 내리막길에는 몸이 앞으로 쏠리므로 길게 조절해준다.

 오르막길에선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서 상체를 약간 앞으로 구부려야 한다. 발이 땅에 닿을 때 무릎을 완충작용을 하듯 살짝 구부렸다 펴주면 관절과 근육에 충격을 덜 준다. 내리막길에서는 발을 디딜 때 무릎을 펴지 말고 살짝 굽힌다.

관절염·인공관절 수술 환자에게 좋은 스트레칭

1 허벅지(대퇴사두근) 근력강화운동

①벽이 있는 곳에서 똑바로 선다. ②벽에 손을 짚고 옆으로 선 다음, 한쪽 다리의 발목을 몸 쪽으로 당긴 뒤 들어올린다. 들어올린 다리의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주의한다. ③12번씩 3회 반복한다.

2 엉덩허리근 강화하는 계단 오르기

①시선은 앞을 향한 채로 계단을 천천히 한 발씩 올라간다. ②내려올 때는 옆의 난간을 지지하면서 다리에 최대한 힘을 주고 천천히 내려온다. ③공원이나 가벼운 산책로를 하루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걷는다.

3 무릎 관절의 유연성 높이는 무릎 굽히기

①다리를 쭉 펴고 앉는다. ②발목을 몸 안쪽으로 당긴 후, 무릎을 굽힌다. 발뒤꿈치가 엉덩이 쪽으로 오도록 끌어당긴다. 깍지 낀 손으로 발목을 잡고 엉덩이 쪽으로 최대한 당기고 굽힌 다리를 천천히 펴면서 발목을 다시 한 번 당겨준다.

[도움말=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스포츠재활센터 이정우 운동처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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