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적토마' 고정운 아듀 그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이제 그라운드에서 '적토마' 는 볼 수 없다.

지칠줄 모르는 '힘의 화신(化身)' 으로 불리던 고정운(35.전 포항 스틸러스.사진).

그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올스타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때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그였기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스타전을 그의 은퇴경기로 마련해줬다. 고선수는 특별선수로 올스타전에 10분간 뛰면서 그를 아꼈던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고정운이 올시즌 프로축구 올스타전에 뛰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칙대로 하자면 고선수를 올스타로 뽑은 것은 축구팬을 우롱하는 처사다. 고선수는 지난 시즌 단 한게임도 출전하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단 네게임에 출전했지만 무득점.무도움으로 팀에 공헌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 최대의 제전인 올스타전을 고선수의 은퇴경기로 한다는 데에 반발한 축구팬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고정운이 한국 축구에 기여한 바는 크다. 1994년 미국월드컵 대표로서 한국을 대표했고, 93년부터 천안 일화(현 성남)의 프로축구 3연패를 이끈 주역이다.

폭발적인 돌파에 이은 정확한 센터링에 찬스가 나면 여지없이 슛으로 연결시키는 득점력까지 갖춘 선수였다.

비록 50(득점)-50(도움)클럽 첫 가입을 후배 김현석(울산 현대)에게 뺏겼지만 교통사고만 아니었어도 이 영광은 당연히 고정운의 몫이었다. 30-30클럽과 40-40클럽을 개설했던 고선수는 99년 시즌 중반까지 55골.48도움으로 도움 2개만 더하면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99년 9월 23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적토마의 다리는 부러졌다. 1년반을 쉬면서 힘든 재활훈련을 거쳐 올시즌 화려하게 복귀했을 때 국내 축구팬들의 가슴은 설렜다. 사이드라인을 치고 들어가는 그만의 폭발적인 돌파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토마는 어느새 서른다섯살이 돼 있었다. 체력은 예전과 같지 않았고, 한번 망가진 몸은 다시 추스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선수생명이 다했다고 판단, 눈물을 머금고 13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접기로 했다.

올스타전이 끝난 뒤 공식 은퇴식을 가진 고정운은 오는 13일 독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

독일과 영국, 그리고 브라질에서 1년간 지도자 수업을 한 후 지도자로 변신할 계획이다. 지도자 고정운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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