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길거리지표' 는 아직 그럭저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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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인 내수를 하반기에도 유지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며 "반도체.컴퓨터 업종의 부진이 자동차 등의 전통산업에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면 금리를 더 내리고 부진한 재정지출을 서둘러 집행하면서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문제 기업의 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백화점.할인점 호조 속 재래시장은 썰렁〓롯데.현대 등 양대 백화점의 7월 매출(신규 점포 제외)은 지난해 7월보다 9%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세일에 지난해 없었던 사은품 증정행사를 크게 했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소비증가로 보긴 어렵다.

롯데백화점 신헌 이사는 "고가품 구매가 줄고 실용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신규 개설 점포를 빼면 올해 매출증가율은 5% 수준" 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의 7월 매출(신규 점포 제외)도 두자릿수 신장했다. 그러나 셔틀버스 운행금지에 따른 매출 감소를 줄이기 위해 7월부터 영업시간을 한시간 늘렸기 때문에 매출 호조세가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재래시장 경기는 나아진 게 거의 없다. 서울 남대문시장 숙녀복 상가인 대도아케이드의 안신홍 상무는 "내수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남대문시장 경기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며 "그나마 지난해 수준의 매출은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 희비 엇갈린 가전제품과 자동차〓가전제품 판매는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괜찮다. 전국 2백33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하이마트의 7월 매출은 1천7백70억원으로 지난해 7월보다 31% 증가했다. 에어컨 판매대수는 51%, TV는 26%, 세탁기는 11% 늘었다. 냉장고는 대수로는 2% 줄었는데 비싼 양문 여닫이식 대형 제품의 판매가 늘어 금액으론 10% 이상 증가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수가 10여곳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며 "특히 완전평면TV.양문 여닫이 냉장고 등의 고가 신제품 판매가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 매출 증대에 한몫했다" 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상반기에 에어컨 매출이 40% 가까이 증가한 것을 비롯해 내수 판매는 30% 정도 신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7월 승용차 판매대수는 6월보다 4.1% 감소하면서 지난해 7월에 비해 18.5% 줄었다. 이와 달리 7월 외제차 판매는 1년 전보다 76% 늘면서 올들어 월별로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 걱정되는 산업활동 위축〓수출 부진으로 생산과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산업활동이 위축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7월 중 하루평균 고속도로 차량 통행(1~17일 기준)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는데 화물차(10t 이상)만 따지면 6.5% 줄었다. 산업용 석유 소비도 올들어 1월을 제외하곤 다섯달째 감소세다. 지난해 연간 9% 증가했던 산업용 전력소비도 올 상반기엔 증가율이 2.4%로 낮아졌다.

그나마 건설기계 가동률은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시책 덕분에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도 50%에 못미친다. 덕분에 부동산시장도 아파트 청약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회복되고 있다.

고용시장도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6월 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은 0.50으로 지난해 6월(0.40)보다 약간 높아졌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두 사람당 하나꼴로 일자리가 제공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6월 구인배율이 5월(0.86)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고용시장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앙고용정보원 박찬수 박사는 "현 인원으로 버티다가 한계에 부닥쳐야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거나 늘리기 때문에 경기상황을 늦게 반영한다" 며 "아직까진 고용시장이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 고 말했다.

차진용.김태진 기자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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