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회사 살린 實話 '겅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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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목표를 위해 많은 분들이 좋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 한국 축구에 대해 자조적인 글들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한국축구가 발전하려면 뼈아픈 자성과 치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와 함께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우연히 읽은 경영사례서『겅호!』(21세기북스) 라는 책 한 권 때문에 적지 않은 마음의 변화를 경험했다. '겅호(Gung Ho) 정신' 으로 뭉친 직원들이 문 닫기 직전의 회사를 살려내는 실화를 다룬 책이다.

'겅호' 란 한자어 '공화(工和) ' 의 중국 발음으로, 제2차세계대전 때 불패의 신화를 만들었던 어느 미국 해병사단에서 이 말을 구호로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파이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동물의 세가지 생존본능을 통해 얻은 지혜들은 그대로 내 삶과 축구에 들어맞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열정' '칭찬과 격려' 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다람쥐의 정신' 으로 보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 이란 차원을 넘어 너무도 '가치있는 일' 에 속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버의 방식' 에서 얻은 '스스로 한다' 는 지혜는 선수와 감독의 역할을 정리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러기의 선물' 은 마치 화룡점정과 같이 앞의 두가지 지혜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칭찬과 격려' 를 통해 사람은 그 능력의 몇 배까지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평생을 축구와 함께 한,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얻은 정신적 자양분, 특히 잘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격려하는 분위기가 우리 축구계와 국민들 사이에 함께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축구 겅호! 그리고 한국사회 겅호!

김정남 (울산 현대 축구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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