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치매노인 50만 … 가족 아닌 사회가 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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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제·영양·보건의료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그 그림자에 해당하는 치매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3만4000명으로 추정되는 치매노인이 2020년에는 80만 명에 육박하고 2025년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치매노인 50만 명 시대가 됐는데도 수발 부담은 대부분 가족 몫이라는 데 있다. 2008년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이 가족 부담을 일부 덜어주긴 하지만 아직 40만 명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증세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거나 제대로 신청하지 못해서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치매노인의 최소 60%는 가족이 직접 수발한다는 게 복지부의 추정이다. 보호자 가운데는 치매환자의 배우자가 40%, 며느리가 17%에 이른다. 치매노인 수발은 24시간 안심할 수 없는 일로 육체피로와 신체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심리적 부담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가정마다 문제가 발생하고, 다툼이 일어나기 일쑤다. 언제까지 치매노인을 이런 식으로 가정에 맡겨둘 수는 없다.

 급기야 치매를 앓는 74세 부인을 2년간 돌보던 78세 남편이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까지 발행했다. 이 남편은 남의 도움 없이 홀로 부인을 돌보는 동안 우울증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매노인과 간병 가족, 그리고 사회적 지원의 부족이 만들어 낸 현대 사회의 비극이다. 사실 치매노인을 돌보는 건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노인을 둔 가족의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땜질처방으로는 치매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치매노인을 위한 치밀한 토털케어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치매는 완치가 어렵고 의료복지비용이 높지만 치밀한 지원 시스템으로 사회적 부담과 가족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에게 치매 검사를 실시하고 치매가 확정되면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치매를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복지사와 보건소 인력을 동원해 개별 상담, 의무기록·환경 조사 등을 한 뒤 지원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도록 해야 한다.

 치매환자에겐 이런 맞춤형 의료·돌봄 서비스가 절실하지만 문제는 이를 감당할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사실이다. 전문의는 물론 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광범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간병사와 방문 돌봄 인력도 충분히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치매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전문인력 양성부터 치매노인 발견과 관리, 돌봄에 이르는 토털케어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 중에 치매노인 지원만큼 절실한 것도 없을 것이다. 치매노인 지원은 시대적 과제다. 이 중요한 문제가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는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