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인자 포스톨 부사장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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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포스톨(左), 아이브(右)

애플의 2인자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사임했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경영체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포스톨은 연말까지 고문으로 일하다 내년에 애플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포스톨 부사장의 사임이 이른바 ‘지도 게이트’라 불리는 애플 지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아이폰 운영체제(OS) 최신 버전 iOS6을 선보이며 함께 내놓은 지도가 장소를 잘못 알려주거나 이상한 위성 이미지를 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는데, 결국 이 사건이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포스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도 게이트는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됐으나 포스톨은 사과문 발표를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톨은 아이폰4가 쥐는 방식에 따라 전화 수신이 안 되면서 불거졌던 일명 ‘안테나 게이트’ 때처럼 사과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잡스가 구사하던 방식을 고수한 포스톨이 사임하면서 쿡 스타일의 애플로 가는 징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체제 개편에서 외관 디자인 총괄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이 사용환경(UI) 전반을 맡게 됐다. 아이브는 포스톨과 함께 애플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아이튠스와 앱 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을 담당하던 에디 큐 부사장이 음성 명령 서비스 시리와 지도를 추가로 맡으며 서비스 부문이 합쳐졌고, PC인 맥 OS를 담당하던 크레이그 페더리그 부사장이 iOS까지 맡으면서 소프트웨어를 총괄하게 됐다.

 애플은 또 흩어져 있던 무선 기술팀과 반도체 설계팀을 합쳐 기술(Technologies) 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문은 맥·아이폰·아이패드 같은 기기의 디스플레이 등 사양을 총괄하던 하드웨어 부문장 밥 맨스필드 부사장이 맡는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받던 삼성전자와 결별한 애플이 부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팀 간의 협업을 위한 체제 개편”이라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이를 “팀 쿡의 애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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