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즈-소렌스탐 '최강커플'

중앙일보

입력

남·녀 골프계의 세계 최강자들이 1백70만달러(약 22억원)의 거금을 놓고 맞붙은 ‘빅혼의 결투’.

아니카 소렌스탐(31·스웨덴)은 약 4m 거리에서 버디를 노린 퍼트가 홀을 지나쳐 그린 밖까지 10m나 굴러나가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또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26·미국)는 벙커 턱에 걸린 볼을 치기 위해 왼손잡이처럼 클럽을 역으로 잡고 샷을 했다.

그러나 1백20만달러의 우승 상금은 그들의 차지였다. 우즈-소렌스탐 조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 빅혼 골프장(파72·6천2백75m)에서 열린 골프 혼성 대결에서 데이비드 듀발(30·미국)-카리 웹(26·호주) 조와 18번홀까지 무승부를 기록한 뒤 연장 첫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상대를 꺾었다.

마지막 18홀을 남기고 우즈-소렌스탐 조에 1홀 앞서 우승을 목전에 두었던 듀발-웹 조는 웹의 막판 난조에 분루를 삼키며 50만달러의 상금에 만족했다(www.golfonline.com).

골프의 속설처럼 ‘퍼팅은 바로 돈’이었다. 우즈-소렌스탐 조는 라운드 초반 퍼팅 감각을 잃은 웹의 실수에 편승,8번홀까지 2홀을 앞서며 낙승하는 듯 했다.

그러나 9번홀에서 웹이 약 4m 내리막 퍼트를 넣으며 한 홀을 만회하자 이번에는 우즈와 소렌스탐의 샷이 무너졌다.

10번홀에서 소렌스탐의 티샷이 우측 벙커턱에 걸려 정상적인 스탠스를 확보할 수 없었던 우즈는 클럽을 돌려잡고 왼손으로 위기를 탈출하려했지만 또 러프에 공을 처박아 동점을 허용했다.

11번홀에서는 우즈의 세컨드샷이 페어웨이 우측 관목 사이에 끼자 이번에는 소렌스탐이 왼손으로 샷을 위기 탈출을 노렸으나 역전을 피할 수는 없었다.

3홀 남기고 2홀을 뒤져 패색이 짙던 우즈-소렌스탐 조는 16번홀(파3·1백38m)에서 소렌스탐의 버디 퍼팅으로 1홀 차이로 따라붙었고,마지막 18번홀(파4·3백17m)에서도 소렌스탐이 약 3m 오르막 버디 퍼팅을 넣어 기사회생했다.

1개의 공을 번갈아치는 얼터너티브 방식으로 진행된 홀 매치 플레이에서 선수들은 안전 위주의 샷보다는 페어웨이와 핀을 직접 노리는 과감한 샷을 시도해 실수가 많았다.

소렌스탐과 웹은 잦은 실수로 남자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실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드러냈다. 이들은 경기를 마치자 마자 공항으로 달려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리는 영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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