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없는 항구?" 야심찬 개통 아라뱃길 '썰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인아라뱃길이 개통 5개월을 맞았다. 인천시 서구에서 서울 강서구까지 18㎞에 달하는 인공수로로 사업비로만 2조2458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예상보다 화물 처리량과 여객 이용자 수가 저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실려온 목재를 하역하는 4000t급 화물선의 모습.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서구에 들어선 경인아라뱃길의 다목적 부두. “쿵쾅”거리는 기중기 소리가 요란하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목재를 잔뜩 싣고 온 4000t급 화물선이 하역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부두에는 10~20m가 넘는 목재더미가 곳곳에 산을 이뤘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아라뱃길은 수심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배가 흔들리지 않아 하역 작업의 효율이 최대 40% 높고 물품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부둣가 분위기는 썰렁했다. 244만㎡에 이르는 인천터미널 부두에 정박한 화물선은 단 1척밖에 없었다. 해양경찰의 순찰선, 전시선 등을 합쳐도 10척 밖에 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온 이모(53·김포시)씨는 “무슨 항구에 배가 이렇게 없느냐”고 되물었다.

 물류 수송과 관광 등을 위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이 5개월째 겉돌고 있다.

 아라뱃길은 서울 개화동 김포터미널~인천시 오류동 인천터미널 간 길이 18㎞(폭 80m·수심 6.3m)의 인공 수로다. 당초 홍수 방지 목적으로 계획했던 굴포천 방수로를 수로로 바꾸면서 컨테이너선 등이 오가는 뱃길이 됐다. 4000t급 컨테이너 화물선박 2척의 교차 운행이 가능하다. 공사 기간은 2년4개월로 2조2458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됐다. 정부는 당초 경인운하 건설로 인해 일자리 2만5000개를 창출하고 생산 유발효과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초기 운영 결과는 초라하다. 화물 처리량과 여객 이용자 수는 예상보다 크게 부족하다.

 지금까지 아라뱃길로 운항된 화물선 수는 중국 톈진과 칭다오, 부산 등 정기항로를 다니는 컨테이너선 3척과 중국·일본 등 부정기항로를 다니는 일반화물선 17척 등 20척에 불과했다. 유람선 5척을 합하더라도 지난 5개월간 운항실적은 총 25척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 ‘경인운하사업 수요 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에서 예상 물동량을 2011년 개통(당시 예상)하면 개통 첫해에 컨테이너 29만4000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수송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송한 컨테이너 수는 15만320TEU로 절반 수준이다.

 뱃길을 이용한 사람(여객선 승선객)도 수요 조사(59만9000명)보다 턱없이 부족한 9만9477명에 그쳤다.

 이 같은 저조한 이용실적을 두고 때이른 실효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인천시와 수자원공사의 국감 때도 이런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은 “아라뱃길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도 “인근 도로를 이용하면 15분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배를 타고 가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누가 운하를 통해 물류를 운반하겠느냐”며 아라뱃길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국내외 신생 항만의 경우 운영 안정화까지는 3~6년 정도 걸린다. 아라뱃길은 이제 5개월 운영한 신생 운하로 물류기능이 활기를 띠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 수출입 물동량을 중심으로 수송량이 늘고 있어 점차 물류기능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