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동질성·충성심, 혁신엔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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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한석.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의 저자 피터 언더우드(사진)의 한국 이름이다. 그는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한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의 증손자다.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 만에 한국에 와 대학·대학원 시절을 빼곤 거의 한국에서 지냈다. 한국인만큼 한국을 잘 아는 그는 “동질성과 충성심은 무언가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되지만, 미래 혁신에선 장애물”이라고 강조한다. 이 한계를 넘어서야만 한국이 재빠른 추종자(패스트 팔로어, Fast Follower)에서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컨설팅 회사 IRC의 시니어 파트너 겸 미국 조지아주 정부의 한국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다음 달 7~8일 테크플러스에서 강연할 계획이다. 그를 e-메일로 미리 만났다.

 -한국 사회를 진단하면.

 “한국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이내믹(역동적)’이란 말이 가장 적합하지만, 이 역시 일부만을 포착한 단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대부분 물리적 변화였다. 다음 반세기 동안의 변화는 사고나 소통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퍼스트 무버’란 무엇인가.

 “미국은 한국이 성장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 갈 때가 됐다. 동질성·순응·계급제·충성심 등은 무언가를 따라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래 혁신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해선 다양성, 열림, 지적 경쟁력이 필요하다.”

 -퍼스트 무버 관점에서 한국의 장단점은.

 “강점은 속도, 근면함, 결단력이다. 약점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낮고, 창의적 사고가 부족하다. 지적 논쟁 역시 부족하다. 또 한국인은 감정적인데 이는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감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회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어떻게 변해야 하나. 특히 미래세대를 위해 조언한다면.

 “최근 한국에서도 개인의 개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부모가 정한 목표가 아닌 그들만의 목표가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 다른 관습·생각·행동을 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지적 경쟁력의 향상, 창의력, 활발한 지적 논쟁이다. 이것이 바로 ‘퍼스트 무버’ 국가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테크플러스(tech+) 국내외 명사가 대거 참석해 첨단기술·예술·지식을 나누는 신개념 지식 콘서트다. 올해 주제는 ‘꿈, 기술과 만나다’. 미국의 지식축제인 ‘테드(TED) 콘퍼런스’처럼 혁신과 창의적 패러다임·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는 다음 달 7~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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