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서민·중산층 세경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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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세제 개편의 큰 방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계층의 줄어든 세금 부담을 소비로 돌리도록 유도해 내수 진작을 꾀하는 한편,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계층간 소득 격차를 해소하자는 조세 정책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조세 제도를 손질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과거 경제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정한 조세 감면 조항을 줄여 세수(稅收)를 늘리는 일도 꾀한다.

정부는 그러나 경기가 위축돼 법인세 징수가 줄어드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전체 세금 징수액이 그다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판에 깎아줄 곳이 자꾸 생겨 고심하고 있다.

◇ 중산.서민층 세 부담 덜기〓전체 세수(국세 기준)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6%(1997년 기준)로 미국(41%).일본(21%)보다 낮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46%로 어중간한 봉급생활자에게 세 부담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근로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올해 5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근로소득세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기준으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 많기 때문에 면세점을 높이는 것도 검토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계층의 비중을 40% 이하로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교육비와 의료비.보험료.노인 부양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비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일반인의 의료비 부담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서, 65세 이상 노인을 모시는 가족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는 진념(陳稔)경제부총리가 27일 밝혔듯 건강한 가족관계를 중시한다는 측면이 고려됐다.

시중 금리가 계속 낮아져 연금과 퇴직금에 대한 이자로 생활하는 계층의 생활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자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재경부는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대신 중산.서민층 지원을 목적으로 도입한 비과세 내지 저율 과세(세금우대)저축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이자소득 세율을 낮출 경우 금융소득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하며, 이에 따라 자금이 급격하게 움직이며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자소득 세율 인하로 가진 자가 더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나올 것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다.

◇ 기업 경쟁력 높이기〓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직접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세제를 손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국내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율은 28%.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 세율(31.4%)보다 낮지만 주요 국가들이 세율을 낮춰가는 추세여서 이를 감안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올해 말로 시한이 되는 21개 조세감면 조항 중 상당수가 기업 구조조정 등 기업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감면 조항을 없앨 경우 늘어날 기업의 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국 등 외자를 유치할 때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의 세제를 잘 살핀 뒤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정부는 또 산업 경쟁력을 세제 차원에서 북돋우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조세 지원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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