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이상 경제 낙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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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했다는 통계청 발표는 충격적이다. 생산활동이 3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기록적인 의미 때문이 아니다. 이 통계 속에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 가격의 추락에 따른 산업생산 위축이며, 다른 하나는 계속되는 투자위축이다. 6월 중 반도체 생산은 16.1%나 줄어들면서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반전시켰다.

반도체 한 품목에 목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셈이다. 반도체가 핵심부품인 정보기술(IT)분야의 해외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불투명하니 앞날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8개월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투자는 점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돼 가고 있다. 투자는 현재 우리 경제의 총 수요를 구성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대비이기도 하다.

투자위축이 이처럼 장기화하면 경제가 결식아동처럼 허약해져 설사 내년 이후 국내외 경기가 회복돼도 과실(果實)을 제대로 차지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마이너스 산업생산은 경기침체의 가장 분명한 시그널이다. 이제 한국 경제의 실상과 문제가 통계로 입증된 만큼 정부나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연초에 정부 경제팀이 펼쳤던 의도적인 낙관론이나 최근 번지고 있는 지나친 비관론은 모두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냉정하게 문제를 가리고 풀어나가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외국 경기탓만 할 게 아니라 경제를 꾸려갈 수 있는 수준의 활성화 조치를 취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조정을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릴 수 있는 지름길인 규제완화도 종전처럼 시혜적(施惠的)인 대응을 벗어나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경제팀의 인적쇄신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정쇄신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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