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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환율 전망 다시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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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각 기업들은 올해 달러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더 불안할 것으로 보고 잇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예고돼 있는 데다 국제유가 급등, 미국경제 불투명성 등이 겹쳐 올 달러 환율이 널뛰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 주변 상황을 예측해 짜놓은 올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라크 전쟁을 감안해 올해 달러 환율을 당초 1천2백원선으로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평균 전망치 수준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라크 전쟁이 막상 발발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최근 사업계획서의 기준 환율을 1천1백원으로 낮췄다.

현대차는 대신 달러와는 달리 유로가 앞으로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해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최악의 상황을 근거로 올 달러 환율을 적용해 1천1백50~1천1백80원으로 잡았다.

삼성전자의 박상호(자금팀) 전무는 "올해는 국내외 경제가 매우 불투명해 환율 등을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세웠다"며 "돌발 사태가 발생해도 상품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비해 놓았다"고 말했다. LG전자도 기준환율 전망치를 1천2백원에서 1천1백10~1천1백20원으로 재조정했다.

또 포스코는 달러 환율을 일단 1천2백원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짰으나, 비상사태를 예상한 '컨틴전시 플랜(돌발상황 대처계획)'으로 다양한 환율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항공.유류업계도 서둘러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달러 환율을 1천2백~1천2백50원으로 전망하고 올해 사업계획서에는 1천2백원으로 계획을 세웠다. 금호도 이라크 전쟁 등을 가정한다 해도 적정환율을 달러당 1천2백50원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새해 들어 주변 경제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곧 환율 전망치를 새로 정할 방침이다.

또 SK㈜도 올해 경영계획에 적정환율을 1천1백90원으로 적용했으나 상황에 따라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허찬국(거시경제연구실)선임연구원은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보면 달러화 약세는 분명한 추세이나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환율이 불안해도 1천1백원 아래까지 떨어지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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