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 난항 후폭풍 벌써 증권가에 침투?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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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이건 정말 코미디네요. 지금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사는 개미들 어쩌죠!

지난 25일 오후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자 이 회사 관계자는 당혹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오전 증시가 열리면서 바로 상한가를 쳤습니다. 하루 종일 전일 대비 14.67%(1650) 오른 12900원에 거래됐습니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장이 열리자 다시 상한가로 시작했지만 상승세는 주춤하더니 10시도 안돼 마이너스로 고꾸라졌습니다.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최근 계속 하락세를 걸어왔습니다. 이 회사가 2대 주주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 드림허브)가 무너질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1대 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기존에 추진하던 통합 일괄개발에서 서부이촌동을 나중에 개발하는 단계적 개발로 전환하고 주주들에게 3조원까지 자본금을 확충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드림허브를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는 용산역세권개발(AMC)의 대주주가 되려고 하고 있죠.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의 이 같은 계획에 반기를 들었고 드림허브에 내분이 확대되면서 사업추진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당초 예정됐던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이 지연돼 심각한 자금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1216일이 토지를 담보로 자금을 빌렸던 유동화증권(ABS)의 만기일입니다. 자금 마련을 더 이상 미루면 파산의 위험이 있는 상태죠.

그런데 한 언론이 “코레일이 다음 이사회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이 어려워지면 단계적 개발방식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며 “부도 위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자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 개미들이 롯데관광개발의 주식에 몰려든 겁니다

어이없는 것은 26일 아침 코레일은 뒤늦게 그 언론의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코레일은 원래 자신이 추진하는 단계적 개발과 자본금 증자 계획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주주들이 단계적 개발 등에 반대할 경우 추가 자금 집행 등 더 이상 사업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게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해명자료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인지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26일 오전 장을 시작하자마자 상한가로 시작했지만 10시를 넘지 못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널뛰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아직 ‘오리무중’

코레일은 드림허브를 대신해 용산역세권개발(AMC)이 추진하고 있는 2500억원 CB 발행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당장 닥친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CB발행이 절실합니다.

CB 2500억원을 발행하면 계약상 코레일은 지난해 선매입 계약을 했던 랜드마크빌딩에 대한 계약 잔금 4150억원을 내야 합니다. 드림허브는 CB발행액과 랜드마크빌딩 계약금을 합해 모두 6650억원이 생기면 내년 하반기 추가 분양 사업까지 자금 문제를 겪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 송득범 사업개발본부장은 최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단계적 개발,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 잔금 4150억원을 내는 것을 포함한 모든 자금 집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고 해결책은 찾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워낙 좋지 않다는 소식이 많이 알려져 2500억원 CB발행을 결정해도 참여하는 기업이 있을까 걱정”이라며 “이사회 일정을 다시 언제 잡을지 논의 조자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드림허브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이후 아직 추가 이사회 일정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등 사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겁니다.

결국 드림허브 갈등 해소 분위기로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상한가를 친 것은 작전세력이 따로 있지 않다면 정확하지 않은 보도에 따른 해프닝으로 보입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난항으로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이 또 늘어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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