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의 슬램덩크] 인디애나대 '세기의 농구재판'

중앙일보

입력

“나이트(기사)가 아닌 사탄(악마)을 해고한 것.”

“무슨 망발이냐, 감독보다 부도덕한 총장이 해고 1순위다.”
오는 11월 21세기 첫 시즌 개막을 앞둔 대학농구(NCAA)계가 난데없이 불거져나온 소송으로 시끌벅적하다.

중부지구 빅텐 컨퍼런스의 손꼽히는 농구명문 인디애나 후져스 동창회는 최근 학교측을 상대로 “지난해 9월 30년 가까이 재직해온 명장 바비 나이트 감독을 쫓아낸 행위가 불법으로 이뤄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창회 대표자 46명은 소장에서 “주립대학이란 특성상 마일스 브랜드 총장과 4명의 이사가 벌인 해임 관련 회의가 48시간전 예고된 공개장소에서 열려야 함에도 불구, 총장 단독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장을 내몬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세실 블라우 판사는 23일 비공개 회의에서 감독을 해임한 처사가 잘못됐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재판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해 ‘농구 재판’은 이제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다혈질의 나이트는 인디애나대를 1976·1981·1987년 세차례나 전국챔피언으로 등극시켰으며 1984년 LA올림픽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안겨준 명장. 그러나 지난해 5월 “안녕,나이트”라고 시비를 걸어온 1학년 학생의 팔을 잡고 야단을 친 행위가 ‘절대로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브랜드 총장으로부터 해임당했다.

나이트는 정든 인디애나 캠퍼스에서 가진 고별연설에서 눈물을 흘린뒤 텍사스공대 레드 레이더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대학측의 집요한 소송 기각 로비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열리게 됨에 따라 나이트 감독을 둘러싼 해고의 적법성 여부가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재판이 전국의 매스컴에 보도될 경우 돈으로 따질수 없는 엄청난 학교 위신 추락 효과를 부를 것으로 우려하는 인디애나측은 “나이트의 저주가 시작됐다”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나이트 감독은 “재판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게 됐다”라며 느긋한 표정을 지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부지역 최고 농구명문의 베테랑 지도자 해고를 둘러싼 재판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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