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하락 · 원재재값 상승…흔들리는 철강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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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에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 하락 등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반덤핑.긴급수입제한 조사 등 통상 문제까지 불거져 향후 경기 회복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

25일 발표한 포항제철의 상반기 실적발표를 보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현주소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포철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4.9%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0.3%, 순이익(특별이익 제외)은 39.7%나 줄었다.

철강 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갔기 때문에 많이 팔아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포항제철이 수출하는 핫코일의 경우 1년새 가격이 30% 이상 하락했다.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철광석은 연초 대비 3~4%, 석탄은 7.5~19%나 올라 이익 감소를 부채질 하고 있다.

포철만이 아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철강업체들의 생산은 2천4백26만t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줄었다.

내수는 1천8백22만t으로 4.8% 줄었고 수출은 물량으로는 7백40t으로 2.9%가 늘었지만 수출단가가 떨어져 금액상으로는 11.2%나 줄었다.

수출 환경도 좋지 않다. 국내 철강업체의 주요 수출지역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이 자급률 향상과 경기불황으로 수입물량을 점차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무역조사위원회(ITC)의 반덤핑 조사와 통상법 201조를 내세워 장벽을 높게 올리는 미국의 수입규제도 국내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돼 철강가격이 상승세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 박현성 연구위원은 "일부 업체의 감산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없다" 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세계철강협회는 이같은 문제를 감산 등 업체간 협상이 아닌 다국간 정부 협상으로 풀어나갈 것을 기대하지만 자국 이익과 맞물려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은 단기적으로 뾰족한 방안은 없으나 일단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철은 최첨단 고로 개발을 위한 테스트 공장을 내년 1월 착공하기로 했으며 현대하이스코는 초고강도 고장력 강판 등을 개발중이다. 또 포철은 일본 신일철(新日鐵).중국 보산철강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철강 불황의 파고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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