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진국 생명공학현장] 유전자지도 ⑩

중앙일보

입력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시에서 남쪽으로 11㎞쯤 가면 한적한 시골에 로슬린연구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96년 7월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인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이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연구소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비가 내리는 시골 풍경 속의 로슬린연구소는 명성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연구소 입구에 놓인 잘 다듬어진 노란 색 돌에 새겨진 "로슬린바이오센터''라는 문구와 뒤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에 `PPL 세러퓨틱스''라는 글씨가 없다면 우리 나라 농공단지의 깔끔한 공장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로슬린연구소는 아직 구제역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입구에 얕은 웅덩이를 만들어 소독약을 탄 물에 짚을 깔아놓았으며 로슬린연구소와 생명과학의 상징이 된`돌리''에 대해 외부의 접촉을 금지하는 등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외견상 조용해 보이는 로슬린연구소에서는 요즘 의미있는 변신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바로 전형적인 농업.축산 관련 생명과학 연구기관에서 첨단 바이오산업의 산실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로슬린연구소는 1913년 에든버러대 부설연구소로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농업.축산에 관련된 기초 및 응용 생물학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지만 최근 들어 로슬린연구소를 농업.축산 연구기관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에게 로슬린연구소는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켜 생명공학시대의 문을 연 바이오기술(BT)의 메카이자 인체이식용 돼지 장기를 연구하는 `PPL 세러퓨틱스''를 잉태한 바이오벤처의 산실인 것이다.

이 연구소의 부르스 화이트로 박사는 이런 변화에 대해 "로슬린연구소가 1913년 출범한 이후 농업.축산 관련 생명과학에서 많은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연구소가 최근처럼 대중의 관심과 산업계의 중심에 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결코 우연이나 바이오 바람에 편승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연구소측은 340여명의 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대부분 인력교류나 자금지원 등을 통해 산업체와 협력해 이뤄지고 있으며 연구소도 생의학과 생명기술 분야에 대해 상업적 교류를 적극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로슬린연구소의 이런 정책은 이곳에서 창업한 PPL 세러퓨틱스가 최근 인간 이식용 돼지 장기생산을 위한 형질전환 돼지 복제에 성공하고 제론 바이오메드(Geron Biomed)가 첨단 복제기술 개발에 큰 성과를 거두는 등 결실을 보고 있다.

또 로슬린연구소를 생명과학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설립한 로슬린 바이오센터에도 임상시험 관리회사인 넥서스 바이오메드와 생명과학의 상업화 자문회사인 신텍(Syntec), 게놈 염기서열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에든버러 바이오컴퓨팅, 벤처캐피털 에든버러 테크놀러지 펀드 등이 들어서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협력관계 체결도 활발해 미국의 제론사(社)와 복제과정의 핵 재프로그래밍, 줄기세포 연구, 신약의 목표유전자 발굴 등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비라젠(Viragen)과는계란을 통한 인간 항체 생산을, 던디대학 등과는 신약 시험을 위한 형질전환 생쥐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화이트로 박사는 "로슬린연구소의 이러한 변신에는 2003년 바이오시장 규모가 7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정부의 재정적, 정책적 뒷받침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슬린연구소는 생명과학 중 비의학분야의 기초.전략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인 생명공학연구위원회(BBSRC)로부터 매년 200만 파운드 이상을 지원받고 있으며 환경.식품.농촌개발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민간기업 등으로부터 연구재원을 안정적으로확보하고 있다.

영국은 1980년대에 이미 정책적으로 바이오비전을 준비했으며 10여년 전부터는매년 1천20억 여원을 생명공학 연구에 투입하고 생명공학 연구기관과 교육기관, 바이오벤처 등을 집단화하는 바이오테크놀러지 단지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정책이 실효를 거둬 영국은 지난 2월 완성된 인간 게놈지도에서 전체 연구의 26%를 생거센터 등 자국 기관이 담당할 만큼 확고한 생명공학 기초 연구력을 지니게 됐다. 게놈지도 작성에서 국가별 기여도는 미국이 67%, 일본 6%, 독일과 프랑스 각각 2%, 중국 1% 등이었다.

이같이 튼튼한 생명공학 기초 연구능력은 생명공학 산업으로 연결돼 영국은 지난 1999년 미국에서 38건의 바이오 관련 특허를 출원해 일본(789건)에 이어 2위를차지했으며 유럽 바이오산업 점유율 25%로 유럽국가 중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에든버러<英 스코틀랜드> 연합뉴스) 이주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