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약세로 '일본 프리미엄' 상승 우려 고조

중앙일보

입력

최근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일본 프리미엄' 상승에 대한 우려가 23일 한층 고조됐다.

일본이 해외금융시장에서 대출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인 프리미엄은 지난 97년 아시아외환위기 당시 일본 금융권의 부실채무가 급증하면서 한때 100bp까지 치솟았으며 현 상황도 그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일본 은행들은 상호보유지분 등 기업들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증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집계된 바로는 일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은 은행핵심자본의 무려 150%에 달한다.

일본의 경기 침체 및 첨단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로 닛케이지수는 지난 5월 초 최고치인 14,529.41보다 무려 18%나 하락했다. 닛케이지수 10,000선, 도쿄종합지수 1,000선이 각각 무너진다면 은행들의 체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바클레이즈 캐피틀의 제이슨 로저스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어 일본 은행들이 4%의 제1의 자기자본(Tier 1 Capital) 적용률 조건을 달성하지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받은 타격은 3개월물 유로-엔 선물 프리미엄이 0.1bp 정도 밖에 오르지 않는 등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도쿄증시의 약세는 일본은행들이 부실채무를 정리하기 위해 현금보유고가 절실히 필요한 지금 매우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 15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무 규모는 18조엔으로 은행들이 공식 발표한 금액보다 무려 25%나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오는 9월 2001년 상반기 결산 이전에 회복되지 못하면 은행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이후 은행들이 시가총액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하도록 하는 회계방식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시장 분위기가 점증됐다.

다수 시장참여자들은 증시의 상황이 단기간내에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측했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관은 지난 97년과는 상황이 틀린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97년에는 높은 프리미엄으로 일본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것이 매우 어려웠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프리미엄의 상승은 우려할 바이긴 하나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UFJ캐피틀마켓츠의 사이토 미쯔루 책임경제학자는 "일본 프리미엄은 상반기 회계결산을 앞두고 큰 우려 사항으로 부상됐다"면서 "그러나 눈에 띌 만한 증가세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수 경제학자들은 일본내 자금 사정악화로 일본은행들의 해외사업규모가 지난 97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 97년에는 없었던 안정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는것도 현 상황이 지난 97년에 비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일본 정부는 2년 전 은행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약 70조엔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들은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금융개혁 의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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