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국회의원 100명 줄이면 …” 문 정치 개혁안에 ‘멍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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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인천시 용현동 인하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수 감축과 중앙당 폐지, 정당의 국고보조금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안에 대해 강연했다. 안 후보가 대강당에 들어서며 학생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인천=김형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국회의원 정수(定數)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인천 인하대학교 강연에서다. 의원 수 감축은 그가 이날 내놓은 세 가지 정치개혁 각론 중 맨 첫 번째 카드였다. 두 번째는 정당의 국고보조금 축소, 세 번째는 중앙당 폐지였다. 그는 최근 ▶협력정치 ▶직접 민주주의 ▶특권 포기 등 세 가지 정치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내놓은 개혁안은 앞의 세 번째, ‘특권 포기’와 관련한 것들이다. 22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발표하자 하루 뒤 안 후보도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을 공개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의원 정원 축소와 관련해 “의원 수는 법률에 ‘200명 이상’으로 돼 있는데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늘려 300명이 됐다”며 “국회가 민생법률을 못 만드는 게 (의원) 숫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냐”고 물었다. “밥값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는 한 건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면 (임기) 4년간 (예산) 2000~4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는 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의원 숫자를 줄이면서도 비례대표 의원을 증원하자는 건 결국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자는 거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 가운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수는 각각 246명, 54명이다.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면 비례대표 수를 고정시켜도 100명의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한다.

 안 후보의 의원 감축 주장은 결국 선거구제 개편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문재인 후보 공약을 평가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제기했던 것에 못 미친다. 소선거구제 틀을 깨려고 했던 노 전 대통령 이상으로 치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전날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했으나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는 걸 지적한 셈이다.

 안 후보는 이날 범야권 후보로서의 정체성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작년 9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는) ‘현 집권 세력의 정치적 확장에 반대한다’고 하곤 이후 (여권을) 비판하지 않고 그분들을 쭉 지켜봤는데, 결국 실망이었다”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과 정권 연장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불과 5년 만에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낼 수 있다는 걸 이명박 정부가 입증했다. 대통령 한번 잘못 뽑으면 얼마나 국민들이 힘들어질 수 있는가 절감했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집권 여당에 반대한다고 (민주당에) 정권을 달라고 하는 건 또 다른 오류”라며 민주당도 겨냥했다. 민주당 선대위 박광온 대변인은 안 후보의 개혁안에 대해 “고민은 이해하지만 제시한 내용에 대해선 책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한 줄짜리 입장만 내놨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건 마치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와 같다”고 꼬집었다.

양원보 기자, 인천=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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