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돈 얼마나 갔나]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내리는 가운데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나고,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부동산신탁상품은 나오자마자 동날 정도로 인기다.

금융권은 한국은행이 콜금리가 더 낮추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0조7천9백억원 증가했다.은행들이 떼일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담보설정비 등을 면제하고 대출 금리를 낮추자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7월 들어 주택·국민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금액의 0.8% 정도에 해당하는 담보설정비 면제 혜택을 중단했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기관 여신 담당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2%가 3분기에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응답했다.이에 따라 시중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은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금융 규모가 가장 큰 주택은행은 담보설정비 면제를 없앤 대신 지난 12일부터 만기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에게 대출한 뒤 처음 2년동안 이자 부담을 절반으로 덜어주는 ‘이자 다이어트 론’을 시판,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다시 불을 댕겼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통상 무더운 7,8월은 비수기인데 올해는 다르다”면서 “7월 들어 우리 은행의 주택자금 대출이 1천1백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이자에 붙는 세금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1.5∼2%포인트 정도 높은 부동산신탁상품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처음 부동산신탁을 내놓은데 이어 지금까지 6호 상품을 발매했는데 모두 며칠 만에 동이 났다.부동산신탁이 인기를 끌자 하나·조흥·한빛·한미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 이들 은행권의 부동산신탁 수탁액이 3천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오는 8월 그동안 출시한 상품보다 액수가 큰 1천억원 규모의 부동산신탁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콜금리 인하는 시중 여유자금이 기업의 생산자금으로 흘러들어가기를 기대한 것이었는데 3백조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 중 일부가 부동산으로 유입되는데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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