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디자이너 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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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감성의 ‘브라운 핸즈’ 김기석 실장과 이준규 대표,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원목 가구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의 신하루·이상록 실장(왼쪽부터).

옷은 사람을 꾸미지만 가구는 집에 변화를 준다. 좋은 옷을 샀을 때와 점 찍어 둔 가구를 집에 들일 때의 설레는 기분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새로 들인 작은 의자 하나가 집 전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순 없겠지만, 생활의 소소한 패턴을 변화시킨다. 마음에 드는 의자를 살 땐 의자에 앉아 보낼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또 의자를 들여놓은 후엔 달라진 집안 공기를 만끽한다.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은 뿌듯함까지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가구 사는 일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가구를 찾는 사람들은 획일화된 대기업 가구업체보다 디자이너의 가구를 환영한다. 주부 이미선(37·서초구 잠원동)씨는 지난달 28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렸던 ‘핀 율(덴마크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탄생100주년’전을 보고 “그의 의자를 집에 가져다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핀 율의 가구를 살 수 없다면, 내 스타일에 맞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를 물색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의 디자이너 이상록(34)·신하루(36)실장은 “가구를 통해 디자이너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그의 삶을 공유할 수 있어서”라고 디자이너 가구의 매력을 꼽았다. 핀 율의 가구를 가지고 싶다는 건 북유럽의 생활문화를 동경하는 것과 같다. 그들의 수준 높은 생활문화를 향유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의 원목 의자

브라운 핸즈의 디자이너 이준규(34)대표와 김기석(31)실장은 “소량생산이 가지는 독특함”을 말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자유롭고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사 하나까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획일화 되지 않은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 가구들은 물론 다양하지만, 그 안에도 트렌드는 있다. 최근의 트렌드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 마치 오래 써왔던 것처럼 친근한 가구’다. 브라운 핸즈의 두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기존의 것에 대한 끊임없이 재인식 작업이 요즈음의 디자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가구, 그리고 잊혀진 것을 재조명하는 디자인이다. 빠른 흐름에 맞춰 각박하게 사는 현대인에겐 작은 휴식 같은 존재가 된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를 모토로하는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와, 오래된 친구처럼 낯익은 빈티지 감성을 컨셉트로 하는 브라운 핸즈의 디자이너들을 만나 그들의 가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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