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9달러 받던 보일러공, PGA를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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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게이니가 22일(한국시간) PGA 투어 맥글래드리 클래식 4라운드 15번 홀에서 이글을 뽑아낸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시아일랜드(미국) AFP=연합뉴스]

시급 9달러(약 9936원)를 받고 일했던 보일러 설비 기사 출신 토미 게이니(37·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게이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 골프장(파70)에서 끝난 PGA 투어 맥글래드리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우승(16언더파)했다. PGA 투어 105번째 출전 만에 거둔 인간승리다.

 게이니는 고등학교 때까지 골프를 했지만 대학 골프팀에 스카우트되지 못해 기술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온수탱크를 설치하는 회사에서 단열재를 시공하는 기사로 일하다가 1997년 스물두 살 때 프로가 됐다. 친구 돈 750달러(약 82만8000원)를 빌려 지역의 한 대회에 나갔다가 우승을 한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프로가 되고도 2부 투어와 3부 투어를 전전하며 배고픈 생활을 이어갔다. 2008년 간신히 PGA 투어 무대를 밟았지만 13개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 2009년 투어 카드를 잃었다가 2010년 다시 획득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았다. 맥글래드리 클래식 마지막 날도 7타 차 공동 29위로 출발해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대이변이 일어났다. 게이니는 이글 1개에 버디 8개를 잡아내며 60타를 쳤다. 꿈의 타수인 59타에는 1타 모자랐지만 데이비드 톰스(45·미국·15언더파)를 꺾고 첫 승 꿈을 이뤘다. 우승상금으로는 생애 최고액인 72만 달러(약 7억9500만원)를 받았다. 시즌 상금랭킹도 지난주 106위에서 56위(152만5000달러·약 16억8400만원)로 껑충 뛰었다.

 어린 시절 야구를 했던 그는 야구선수처럼 양손 장갑을 끼고 경기를 한다. 또 스윙도 채찍을 휘두르면서 뱀을 때려잡는 듯한 포즈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PGA 챔피언십 때 짐 퓨릭(42·미국·통산 16승)으로부터 “곧 우승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게이니는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였던 퓨릭을 3위(14언더파)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게이니는 “용기를 준 퓨릭에게 감사한다. 희망을 잃지 않았더니 기적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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