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섬마을 소년의 '벤처 신화'

중앙일보

입력

"어민의 아들로서 우리 수산업의 활로를 여는 데 한몫을 하고 싶습니다. "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내고향 꽃게장'' 의 김철호(金喆好.43) 씨는 꽃게장만으로 지난해 6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설립 3년 만에 종업원 20여명으로 일궈낸 성과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백억원.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서 게장 전문 음식점 ''계곡가든'' 도 운영하는 金씨는 어릴 때 옥도면 야미도에서 살면서 게 껍질에 밥.간장을 넣어 비벼 먹던 추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꽃게장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0여년 동안 수협에 다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미대에 진학해 동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 음식점을 차렸다.

동네 잔칫집에 불려다닐 만큼 뛰어난 어머니의 손맛과 초등학교 졸업 후 뭍으로 나와 자취를 했던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5년간 그는 요리책 1백여권과 각종 문헌을 뒤지며 노력한 끝에 독톡한 꽃게장을 개발했다.

김씨는 살아 있는 꽃게를 얼음물에 담가 기절시킨 뒤 당귀.감초 등 한약재를 첨가한 게장 소스를 넣어 달였다. 끓인 간장만 붓는 재래식 조리법과는 접근 방법이 달랐다.

이 때문에 그가 개발한 꽃게장은 먹어도 디스토마 등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이 없다. 또 짜지 않고 비린내가 없으면서도 키토산의 원료인 게 껍질의 항균 및 살균.살충.방부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꽃게장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강원도 전방부대의 군인들까지 그의 식당을 찾아왔다. 특히 휴일에는 1천여명이 몰려들었다. 그냥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장을 택배로 보내줘야 할 정도였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창업했고, 결국 중기청에서 벤처기업 인증서까지 받게 된 것이다. 꽃게장은 아이스박스에 넣어 사흘간 보관할 수 있다. 냉동할 경우 최장 2백70일간 유통이 가능하다.

지난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식품.외식업계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꽃게장 성공사례를 발표한 金씨는 "올해 안에 전국에 2백여개의 대리점을 낼 계획이며, 일본과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 고 밝혔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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