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성공하려면] 3. 5년은 짧다… 과욕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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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은 짧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어 왔다. 그 때마다 새 대통령들은 과거와 '단절'하고 모든 것을 새로 하겠다는 의욕에 넘쳤다.

그렇게 15년이 지난 지금, 중앙일보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거꾸로 '5년 안에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과욕(過慾)을 버려야 대통령도, 나라도 성공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결국 한두 가지 역사적 소임밖에 할 수 없었다. 국민도 대통령들에 대해 한두 가지 정도의 인상을 갖고 있을 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남았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거창한 구호와 함께 수많은 과제를 짊어졌다.

'신한국'을 내세운 YS는 민주대통령으로 시작해 과학대통령.환경대통령.교육대통령.세계화대통령을 차례차례 표방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다.

DJ도 당선자 시절 인수위를 통해 1백대 과제를 나열했고, 임기 초반이 지나자 다시 '제2건국'을 내걸며 국정 전반에 걸친 과제를 직접 제시하고 챙겼다.

"대통령 어젠다와 행정부 어젠다는 다르다. 정부 과제는 각 부처의 일상적 업무에 맡기고 대통령은 '나는 이것으로 평가받겠다'는 간단한 몇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행정부가 맡아 해야 할 과제들까지 전부 대통령이 짊어지게 하면 안된다. "

양수길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는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예로 든다. 대처는 '민영화'에, 레이건은 '작은 정부와 강한 미국'에 시종일관 전념했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비전은 쉽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우리는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인 과제를 내건다. 대통령 자신이 완전히 소화한 어젠다 몇개를 임기 내내 되풀이해 국민에게 설득하고 추진해야 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통치자가 제시하는 비전의 세가지 원칙을 말한 적이 있다. 실천 가능할 것, 효율적일 것, 정직할 것이다. "(김충남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통시적(通時的) 분업(分業)'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한 정권 혼자서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쓸 것처럼 덤비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과거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나라를 세우려고 하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정권의 대(代)를 이어가며 벽돌 쌓듯 나라의 틀을 놓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

천지개벽(天地開闢)을 할 것처럼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된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다.

"집권 초기에 잔뜩 힘이 들어가 국민의 기대 수준을 한껏 높여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가 떨어지고 만다. 그러면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기 쉽다. 정권이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 되면 안된다. 계속 먹이를 던져주지 않으면 호랑이는 돌아서서 물기 때문이다. "

결국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당부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5년은 짧다.

그러기에 모든 걸 다 하려 하지 말고 확실한 대통령 어젠다 몇개를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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