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들 기자접촉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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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일로 인수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1주일째. 역대 인수위 중 최초로 학계인사 위주로 구성된 이번 인수위는 무성한 얘기를 낳고 있다. 별도로 온라인 인수위가 설치되는 것도 처음이다.

◇입 닫은 인수위원들=3일 오후 인수위의 한 고위 관계자가 휴대전화로 모 인수위원을 찾았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기자들의 전화 취재를 피하기 위해 알리지도 않고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날 인수위원들에겐 함구령이 내려졌다.

정순균(鄭順均)대변인은 오전 회의 후 "인수위 관련 보도들이 난무한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당분간 위원들과의 개별 접촉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바람에 전날만 해도 자유롭게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관련 발언 등을 쏟아냈던 경제1, 2분과 소속 위원들은 "대변인에게 물어봐라. 우린 아무 말도 못한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교수 출신 한 위원은 "기자 접촉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보고서와 청탁 쇄도=사회문화여성분과위 어느 위원의 책상 위에는 이날 오후 '○○정책분석 자료'라는 제목의 우편물이 놓여 있었다.

이 위원은 "잘 모르는 사람이 정책 관련 자료라며 보내 왔다"며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와 '무슨무슨 보고서인데 한번 읽어보신 뒤 연락해달라'며 명함을 남기고 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원들은 청탁이 가장 골치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정무분과의 한 위원은 "며칠 전 한 경찰관이 찾아와 '수사권 독립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며 인수위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남을 음해하는 전화도 적지 않게 걸려온다"고 말했다.

◇'선생님''교수님'=인수위가 구성된 뒤 첫 분과회의가 열린 지난 2일. 위원들은 서로를 "선생님""교수님"으로 호칭했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없다 보니 기존 관가와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됐다.

분과위원장이란 명칭은 권위적으로 들린다는 지적에 호칭을 간사로 바꿨다. 각 부처 업무보고 때 인수위원들이 꼬박꼬박 존칭을 하자 공무원들은 "학구적인 분위기"라고 평했다.

인수위원들의 업무는 사무실을 벗어나서 더 활발하다. 경제분과의 한 위원은 "하루에 많으면 40~50명씩 만난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부 위원은 시내 모 호텔에 함께 투숙 중이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 중에서도 6층 당선자 비서실은 크렘린으로 불린다.

이광재.안희정씨 등 노무현 당선자의 핵심 측근들이 일하는 이 비서실 문에는 '폐쇄'라는 종이쪽지가 붙어 있다.

◇온라인 인수위 등장=오프라인 인수위와 별도로 온라인 인수위가 만들어진다. 인수위 7개 분과 중 민원실에 해당하는 국민참여센터는 '국민 사이버 인수위'를 곧 가동한다.

盧당선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nowhow.or.kr)를 개편해 정무.경제.외교.안보.통일.사회.문화.여성 등 분야별로 각계 각층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구상이다. 10일께 개설된다.

박승희.김성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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