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에릭 로메르 회고전 29일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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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행동보다 사람들이 행동하는 도중 뭘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고 말한 프랑스 누벨 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81.사진) .

행동이 아닌 생각을 담는 영화를 지향했던 그의 작품 세계를 꿰뚫어 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문화학교 서울(http://www.cinephile.co.kr)(02-595-6002) 이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하는 에릭 로메르 회고전이 그것이다.

로메르는 1950~60년대 프랑스 영화를 이끌었던 누벨 바그의 중심에 섰던 감독. 장 뤽 고다르.프랑스와 트뤼포 등에 비해 뒤늦게 알려졌지만 '최후의 누벨 바그'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삶.죽음.운명.우연 등의 문제를 가장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영화로는 드물게 미국에서도 히트한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68년) 이 대표적인 보기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얘기란 단순한 구성을 통해 사랑에 임하는 남녀의 심리를 빼어나게 묘사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선 특히 그의 영화 인생 40여년을 돌아보는 열일곱편이 상영돼 주목된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됐던 그의 면모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돌아보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예컨대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가 사라지자 다른 여자를 유혹하는 대학생의 에피소드를 드린 '몽소 빵집의 소녀' (63년) , 규격화한 삶을 사는 유부남과 자유분방한 성격의 여성이 사랑행각을 벌이는 '오후의 연정(72년) 등이 상영된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스펙터클한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요즘. '20세기의 파스칼' 로 불리며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던 그의 영화들은 스크린의 색다른 맛을 선사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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