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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수장학회 강압 없었다” … 회견 뒤 “잘못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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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1일 오후 3시부터 TV로 중계된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 번 더 추가회견을 해야 했다. 오후 3시21분쯤 질의응답을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던 박 후보는 5분 뒤쯤인 오후 3시26분쯤 다시 회견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측근들에게 무언가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그러곤 “아이고, 중요한 얘기를…. 제가 (김지태씨 재산헌납 과정에) 강압이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까? 그것은 잘못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라며 먼저 발언을 정정했다.

 박 후보는 앞서 회견에서 “당시 김지태씨가 ‘헌납’한 MBC·부산일보의 규모는 지금의 MBC·부산일보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부산일보는 자본이 980배나 잠식돼 자력으로 회생하기 힘들 정도의 부실 기업이었고, MBC 역시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고 강조했다. “(해당 언론사들이) 견실하게 성장해서 규모가 커지자 지금과 같은 문제(유족과의 소요권 다툼)가 생긴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이 같은 박 후보의 발언으로 인해 회견의 쟁점은 정수장학회 문제의 해법보다 당시 강압이 있었는지 여부로 바뀌었다. 김씨 유족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주식 반환소송을 낸 상태이나 지난 2월 1심 법원인 서울 중앙지법은 원고(김씨 유족)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1심 판결에선 강압성이 인정됐는데.

 “유족 측은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선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해서 원고가 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자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 주진우 기자가 “(법원은) 강탈인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이 지나(공소시효가 끝나) 법적으로 (유족에게) 되돌려 놓을 기회가 없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했다. 박 후보는 “결국 법원에선 거기에 대해서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씨가 추가 질문하려 했으나 발언권이 다른 기자에게 넘어갔고, 논란은 계속됐다.

 - 1심 법원 판결에 강압성이 없었다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판결과 박 후보도 마찬가지의 견해 인가.

 “(법원이) 저보다 많은 자료를 갖고 하지 않았겠느냐. 제가 그 판단을 받아들여야지.”

 그러나 박 후보의 발언은 판결문과 차이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 판결에서 “김씨가 1962년 당시 박정희 정부의 강압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증여하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김씨가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할 정도로 강박이 심했다고 보긴 힘들어 증여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주식 증여를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강압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번에도 2차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재심에서 난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것처럼 비춰져 코너에 몰린 적이 있다. 이번에도 1차 판결문에 대해 사실관계를 잘못 말해 논란을 키워 버린 양상이다.

 최필립(84) 이사장의 거취 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는 그의 거취에 대해 회견에서 딱 부러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회견 초반엔 “설립자와 가깝다고 사퇴하라는 것은 정치공세”라면서 오히려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만 후반부에 “여러 가지를 감안할 때 이사진이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도 처음 거론했다. 정수장학회란 이름은 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수’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권영세 캠프 종합상황실장은 “후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으니 판단은 일임했지만, 동시에 그쪽의 액션을 요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사장직을 그만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남은 임기(2013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의 말도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미는 아니다”며 “장학재단은 정치집단이 아니 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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