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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친노 9명 캠프 퇴진에 “충정 수용” … 단일화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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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노무현계(친노) 9명이 21일 각자의 선거대책위원회 직책을 내놓았다. 핵심 ‘3철’로 불리는 전해철 기획본부 부본부장, 이호철 후원회 운영위원, 양정철 메시지팀장을 포함해 김용익 공감2본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이 물러났다. 모두 친노 직계인 ‘노무현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이다. 이들은 문 후보의 청와대 시절 동료이자 정치 입문 전부터 문 후보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선거를 도왔던 최측근들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다”며 “언제부턴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 버렸다. 그것이 명예든 멍에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비노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도 했다. 익명을 원한 친노 9명 중 한 인사는 “어젯밤(20일) 우리 몇 명이 후보를 찾아가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다. 후보는 눈을 감고 침통한 표정으로 가타부타 아무 말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퇴진 발표 후 문 후보는 “정치혁신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 오히려 밑거름이 되겠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일부터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를 통해 정치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제대로 된 새로운 정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읍참마속(泣斬馬謖)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다. 단일화 승리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빠지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경쟁에서 지지층의 이반이 지속되는 상황을 그냥 놔둘 수 없었다는 얘기다.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도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친노(지지층)의 결집은 강해졌으나 야권 지지층 중 참여정부 비토층과 부동층의 이탈을 가져왔다”며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안 후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단일화 승리’에 대해 강한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 친노 퇴진의 한 원인이 됐다고 한다. 안 후보는 19일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도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민주당 혁신과 인적 쇄신이 다 연결돼 있다”며 당의 인적 쇄신을 압박하는 발언도 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요구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집권 후 백의종군’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도 좋으니 모두 당장 퇴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의 혁신 의지와 내용을 충분히 보여줬다. 안 후보의 숙제(정치혁신)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이젠 문 후보가 혁신을 주도할 차례”라고 했다.

 친노 9인의 퇴진은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미 선대위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의원(우원식)이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않나. 인적 쇄신의 마지막 화룡정점은 두 인사의 퇴진이다. 오늘 그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됐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도 “친노 9인 퇴진으로 인적 쇄신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수족을 잘랐으니 문 후보가 얼마나 아프겠나. 하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친노 퇴진에 맞춰 미뤄 왔던 새정치위 인선을 마무리했다. 청주대 양병기 교수를 고문에,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를 간사에 기용했다. 위원장은 공석으로 놔뒀다. 정치혁신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고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공동위원회 구성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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