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따라잡기] 학교에 공익광고 유치해 도서관 기증도서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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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귀인'을 찾습니다!

1967년 미국 하버드대 밀그램 교수는 실험 끝에 '6단계 분리 법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상의 누구라도 최소한 6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될 수 있단다.

세상에! 그럴 수가 ? 믿기 어렵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대 '네트워크 과학'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링크'(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동아시아)>.

그렇다면 밀그램의 법칙은 인구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단일민족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오늘 아침 길에서 문득 스친 사람과 두세 단계만에 이어지고, 심야 TV 뉴스에 나온 대통령 당선자와 불과 네댓 단계만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 여기 우리 모임에서 최근 몇 달 동안 고민해 온 청소년 독서 진흥 아이디어가 있다. 중고등학교에 도서 기증 전시대를 마련해 주고, 여기에 매달 기증도서를 채워주자는 것. 한달이 지난 기증도서는 학교도서관 장서로 처리하면 된다. 문제는 매달 기증도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는 기증 도서 전시대에 광고를 부착하고, 그 광고비를 받아 기증도서를 확보하면 된다. 그게 가능할까? 의문스럽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학교 안을 자세히 보라. 광고는 어느 새 학교 깊숙이 들어와 있다(심지어 인근 학원의 광고가 붙어 있는 학교들도 있다!).

물론 학교는 교육 기관이므로 비교육적인 광고를 낼 수는 없다. 그러니 공익광고 형태로 만들자. '이 기증 도서 사업은 ○○회사에서 지원합니다. 독서는 우리 꿈나무들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정도의 문안을 전시대와 책자들에 덧붙인다. 광고주 쪽에서 보더라도 회사 이미지를 높여 상당한 판촉 효과를 거둘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월 3천만~4천만원 정도면 매달 2천4백여권의 좋은 책을 12권씩 무려 2백개 학교에 기증할 수 있다. 즉 1년에 3억~4억원이면 3만여권의 좋은 책들을 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즐겁게 꿈을 꿔 보자. 학교마다 매달 12권의 책들이 도서전시대에 새로 꽂힌다. 이번 달에는 최근에 나온 '쿠르트 아저씨와 함께 하는 음악의 세계 1, 2'(쿠르트 팔렌, 에코 리브르), '꼬마 푸세의 가출'(미셸 투르니에, 현대문학), '크레인'(라이너 침닉, 큰나무)을 꽂아두면 어떨까.

여기에 학부모와 교사들을 위해 이해인 수녀의 시집 '작은 위로'(열림원)와 시와 같은 교육에세이 '아이들'(야누슈 코르착, 양철북)을 함께 놓자. 아, 여기에 최초 완역판으로 새로 출간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J.M. 바스콘셀로스, 동녘)도 꽂아둬야지.

만화로 그려져 내 어린 시절을 열광케 했던 '잃어버린 세계'(아서 코난 도일, 옹기장이)도 덧붙이자.

계획이 실제로 실현되면 우리 모임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기증된 좋은 책들을 갖고 학교의 독서교육을 좀더 활기차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에 관한 아이디어들은 이미 넘쳐날 정도다!).

나는 하버드대의 밀그램 교수의 주장이 맞는 것이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공익광고 광고비를 내줄 사람을 간절하게 찾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여. 작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 공익광고를 맡겠다고 나설 '귀인'과 몇 단계만에 접속할 수 있을까.

허병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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