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카페] '커피의 역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커피의 역사/하인리히 에두에르트 야콥 지음/박은영 옮김, 1만8천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커피는 남미 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겠지만, 이 기호식품의 고향은 아랍이라고 한다. 아랍에서 커피란 마호메트가 졸음을 이기려 애쓸 때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준 음료로 통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문명이 들어가는 지역에서 와인과 포도밭 경작은 종종 막을 내렸다. 따라서 '커피의 역사'는 역사 이래 커피가 '와인과의 전쟁' 즉, 그리스와 로마 문명권의 힘 겨루기에서 우세승을 보여왔다고 '판세'를 분석한다.

그 절정이 커피가 14~17세기 북유럽의 맥주와 벌인 한판 대결이다. 당시 사람들은 '맥주통에 빠져 살았고' 그 결과 뚱보가 양산됐다. 그게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연상해보라.

뜻밖에도 커피를 위한 구원병은 여성들이었다. 힘든 낮일 끝에 여인들은 커피 주위에 모여 수다를 떨었고, 그런 틈새에 커피는 세력을 넓힐 수 있었다.

이런 정보를 전해주는 저자 야콥(1889~1967)은 두어세대 전 유럽 지식인. 유태계 독일인으로 2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에서 활동했던 그의 친구이자 동료들에는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 작가 토마스 만이 포함돼 있다니까 꽤 오래 전 인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1935년 독일에서 첫 판본이 나온 '커피의 역사'는 흡인력있게 읽힌다.

야콥은 당시 베를린 최대 신문인 센트럴 유러피안 편집장. 책에서 보이는 탄력있는 문장은 그의 이런 저널리즘 이력에 힘입고 있는지 모른다.

'커피의 역사'가 '미시사의 선구적 저작'이라는 평가도 여기에서 유래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이 책은 엄격한 의미의 미시사와는 거리가 있고, 따라서 요즘 국내 출판시장에서 유행하는 '매니어적 읽을거리'에 속한다.

과연 책에는 서구의 대표적 음료로 등극한 커피와 관련된 사회문화사적 정보가 그득하다. 17세기말의 사람들은 커피 콩에는 무언가 문학적 영감 같은 것이 숨어있다고 보았다는 속설, 이를 넘어 커피는 거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두통을 가라앉히는 약효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음이 책에 나온다. 실제로 약방에서 판매되기도 했다는 정보도 책에 선보인다.

또한 커피가 '정치적 음료'라는 점도 규명된다. 근대 초입 영국 코벤트가든 주위의 극장가에 커피하우스들이 생겨나며 의사에서 하원의원에 이르는 이들이 회합을 가졌고, 그것이 근대적 토론과 카페문화로 이어졌다는 정보도 눈에 뜨인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