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노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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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드스타전에 출전한 왕년의 스타들은 전성기만큼의 민첩한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현역 시절 못지 않은 진지함과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야구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팬들에게는 엉성한 자세가 색다른 관전 재미였지만 아직은 흘러간 스타가 아니라고 자부하는 올드스타들에게는 장난이 아니었다.

안타를 치고 나간 주자는 도루를 노렸고 투수들은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날카로운 견제구를 던졌으며 포수 역시 도루 저지에 필사적이었다.

백두와 한라의 선발로 나와 14년만에 맞대결을 펼친 `강철어깨' 최동원과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은 초구 안타로 스타일이 구겨지는 듯 했지만 후속타자들을 범타와 삼진 등으로 처리하며 나란히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자존심을 지켰다.

역대 전적 1승1무1패를 기록한 둘의 대결이 또 한번 무승부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4할대 타자인 백인천은 한라팀 지명타자로 나와 힘과 배팅 스윙 대신 가볍게 맞추는 타법으로 1회초 백두의 두번째 투수 김시진에게서 시원한 우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통하던 같은 한라팀의 김재박도 철벽 수비와 함께빨랫줄 같은 송구로 상대 타자들의 1루 진루를 여지없이 차단하며 녹슬지 않은 어깨를 과시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날 올드스타 대결의 하이라이트는 한라팀 이순철의 역전투런 홈런. 지난 85년 신인왕에 올랐던 이순철은 1회 좌전 안타를 때리더니 0-1로 뒤지던 5회초에는 상대 투수 장호연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시원한 홈런으로 결국 팀에2-1 승리를 안겼다.

불룩하게 나온 배와 희끗희끗한 머리, 눈가에 새겨진 주름에도 불구하고 이날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떠난 후 되돌아와 최고의 대결을 펼친 올스타들은 야구팬들의 가슴속에 다시 한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기억을 아로 새겼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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