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기업에 ‘세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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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들에 세금을 소급해 물리거나 소득신고를 빠뜨릴 경우 최고 200배의 벌금을 물리는 징벌적 규정을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규정을 우리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지난 8월 2일 일방적으로 통보해 시행하고 있다.

 1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 제정된 ‘개성공단 세금규정 시행세칙’ 120개 조항 중 117개를 지난 8월 갑자기 바꿔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이른바 ‘8·2 조치’다.

 북한 세무당국의 재량권을 크게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납세와 자료제출 의무를 무겁게 한 게 골자다. 이를 근거로 북한 세무당국은 소멸시효에 구애받지 않고 공단 개설 직후부터 따져 최고 8년치를 소급해 과세할 수 있게 됐다. 세금신고를 누락할 경우 최고 200배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조항(신설세칙 119조)도 있다. 개성공단의 123개 입주사 중 19곳(16%)이 새 세칙에 따라 ‘묻지마 세금’을 이미 부과받았다.

  입주기업 대표 A씨는 “지난달 물건 한 개당 2달러로 신고했던 것을 세무소가 5달러로 판단하고선 추가 3달러를 기업소득으로 간주해 3년치 소급 과세로 3만 달러를 물었다”고 했다. 다른 기업 대표 B씨는 “신고 내용이 적절치 않다며 소득세 8만5000달러를 내라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북한 은 이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물품 반출을 금지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이 같은 ‘불평등 세칙’에 대해 “국제법 어디에도 없고 상위법(남북 투자보장 합의서 4조)에도 어긋나는 소급 과세를 당장 재검토해야 한다”며 북측에 두 차례 공식 항의했다. 이에 북한은 “법과 규정에 관한 해석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답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2004년 남북이 만든 ‘개성공업지구법’에는 세금·회계·보험을 포함한 16개 규정이 있고 그 밑에 120개 의 시행세칙이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입법한 개성공원지구법(9조)엔 시행세칙과 관련해선 남북이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 간부들이 외화벌이 과잉충성을 하려다 빚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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