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술, 따뜻한 감성을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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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 대한 발굴과 탐색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려는 인류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물리적, 문화적 한계를 초월해 더욱 편리하고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인류의 욕구 또한 점점 다양해지고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인류의 새롭고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창조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인간의 욕구에 대한 지속적 성과창출을 위해 보다 고도화된 기술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요구를 바라볼 수 있는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매년 tech+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기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진행되는 이 포럼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사고의 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tech+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장 폴로 교수.

◆융합의 시대, 그 중심은 인문학=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를 ‘융합의 시대’로 규정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기술의 개발을 넘어서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18세기 노동자본 중심의 농경시대, 19세기 산업화시대, 20세기 통신과 정보기술(IT) 기반의 정보화시대를 거쳐 21세기는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기술, 산업, 인문학 등이 소통하는 융합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스마트폰도 융합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다. 무미 건조하고 생명이 없던 IT기기에 인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좀 더 지능적이고 감성적인이 새로운 스마트기기가 탄생했다. 초기 IT기기들이 개발될 당시 인문학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튼튼하고 기능적으로 훌륭한 제품만 만들면 됐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욕구가 끝없이 치솟고 기기가 정밀화되고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인간의 감성을 충족시키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다가선 것이다. 이제는 휴대전화, 자동차, 가구 등 어떤 제품을 만들든 간에 인문학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면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시대가 됐다.

인문학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예는 적지 않다. 구글은 지난해 신규 채용 인력 6000명 중 5000여 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충원했다. IBM은 임원 교육 과정을 인문학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전을 읽은 뒤 이를 바탕으로 기업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과제 등을 제출하게 한다. ‘토이스토리’ ‘카’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는 ‘픽사 대학’을 설립, 글쓰기나 문학, 철학 등 100여 개가 넘는 인문학 교과 과정을 직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도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탐독하는 등 고대 역사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으며, 그의 이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지구상 모든 이를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상상력으로 이어졌다는 일화 역시 유명하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기술 교육=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정책과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tech+ 포럼’이다. ‘tech+ 포럼’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지식포럼이다. 학문, 기술 등의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이 밖에 진흥원에서는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누구나 손쉽게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생활 속 기술공작실 설치, 기술인문창작소 운영, 기술 교재 개발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해외사례를 연구하고 비교 분석해 올 초부터 운영하고 있는 금천구청생활속창의공작플라자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신문화경영=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은 신문화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 과거의 문화경영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구성원들의 ‘기 살리기’의 일환으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경영은 제품에 문화·예술적 요소를 통한 제품의 질적 향상을 뛰어넘어 문화경영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구성원은 창조경제의 시대적 트렌드, 단순한 소비가 아닌 제품구매에서 문화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높은 문화욕구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내 기업 중 신문화경영의 대표주자는 ‘감성조명’을 슬로건으로 내건 조명회사 필룩스다. 필룩스는 단순히 조명을 생산하는 제조회사를 탈피해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감성조명을 개발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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