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수양딸 32억 사기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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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로 알려진 김모(70)씨가 탈북자를 위한 사업을 명목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계는 16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고철 처리와 매점 운영 등 각종 용역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씨와 함께 투자자를 모으고 금품을 가로챈 중년 여성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0년 1월 알고 지내던 김모(44·여)씨에게 “용산 미군기지 내 매점 운영권을 주겠다”며 6억원을 받아내는 등 2009년부터 2010년까지 3명으로부터 3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주로 황 전 비서가 살아 있을 당시 강연을 들었던 사회 지도층 인사나 재력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씨는 “탈북자를 돕는 차원에서 미군이 기지 내 100여 개에 달하는 수익 사업을 모두 나에게 맡겼다”며 용산 미군기지 내 고철 처리와 매점 운영 등 각종 용역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미군에서는 김씨에게 사업을 위임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미 8군 중장의 비서라는 중년의 한국 여성까지 등장시켜 사업을 보증했지만 미 육군 범죄수사대 조사 결과 미군 부대에서 일한 적이 없는 여성으로 드러났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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