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급락에 증시 회복 더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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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더위먹은 듯 기진맥진하고 있다.

미 나스닥지수가 2, 000선 아래로 다시 떨어지고, 남미의 금융위기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한때 545포인트까지 힘없이 밀렸다.

그러나 지수가 급락하자 싼값에 주식을 살 기회가 왔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늘어 지수는 550선을 되찾았다.

◇ 나스닥 쇼크가 불러온 외국인 매물=최근 국내 주가급락은 무엇보다 나스닥 외풍 때문이다. 지난 6월 이후 슬금슬금 밀리던 나스닥 지수는 10일,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했던 2, 000선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1, 962로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문제였다.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경기침체를 감안해 2분기 기업실적을 가급적 낮춰 전망해뒀다.

그러나 이번주부터 본격 발표되는 실제 실적지표들이 전망치 보다 못하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반도체를 비롯해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 계속되는 제품 가격 하락과 재고 누적으로 실망스런 실적을 내놓고 있다" 며 "최근 미국 주가하락은 투자자들이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다시 낮추는 과정" 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주식까지 덩달아 처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반도체와 통신주를 중심으로 지난달 6천억원, 이달 들어 다시 4천억원어치에 육박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이 3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국내 기관들의 주가방어 노력도 외국인 매물 앞에선 역부족인 상황이다.

◇ 예상보다 더딘 경기회복=미국이나 우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경기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올 들어 미국과 국내 증시는 늦어도 올 4분기 중엔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밑바탕에 깔고 움직여왔다.

그러나 경기회복 시점을 이 보다 늦춰잡아야 한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와 모건 스탠리 등 일부 증권사는 "연내 경기회복은 힘들어 보인다" 며 "내년에나 반등이 시작될 것" 이란 보고서를 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10년 장기 호황을 누린 미국경제가 1년 남짓 조정을 거친뒤에 다시 회복되길 기대한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 고 설명했다.

◇ 주식 매입 서두를 필요 없어=하지만 증시는 실물경제에 선행하고, 최근 가격조정이 경기회복 지연과 기업실적 악화를 어느정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제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제일투신운용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지나고 보면 가장 어려워 보일 때가 매수기회였다" 며 "지수가 550 아래로 밀리면 블루칩을 중심으로 주식편입을 늘릴 계획" 이라고 밝혔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도 "최근 지수 550선 아래서 주식을 사겠다며 종목 추천을 의뢰해오는 기관이 부쩍 늘고 있다" 며 "대표적인 우량주와 환율상승 수혜주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安이사는 "희망의 빛이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며 "바닥을 확인한 뒤 무릎정도에서 상승대열에 합류해도 늦지않다" 고 조언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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