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그림자… 집권후 인사 주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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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2일 동교동계(東橋洞系) 해체를 선언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金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내가 직접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동교동계는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한국 야당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 왔다.

DJ의 7대 대선 출마를 앞둔 1968년, 개인 연구소이던 내외문제연구소를 내외문제연구회(內外硏)로 개명하면서 정치계보로 탈바꿈했다. 민주당 이용희(李龍熙)최고위원.김상현(金相賢)고문은 내외연 초창기 멤버로 지금껏 당을 지키고 있다.

97년 YS 퇴임 후 상도동계가 거의 소멸된 데 이어 동교동계마저 DJ 스스로 해체 지시를 함에 따라 이제 양김(兩金)시대는 실질적으로 종식되는 셈이다.

DJ가 동교동계의 해체를 지시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행보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盧당선자는 민주당 개혁을 선언했지만 동교동계 등 기존 '당권파'들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해체 선언은 盧당선자에게 주는 DJ의 선물인 동시에 개혁에 대한 간접적 지지 표시이기도 하다.

DJ로서는 당권 경쟁에서 예상되는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뜻도 있는 것 같다. 당 개혁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개혁파의 화살이 동교동계로 몰릴 게 뻔하고, 그러면 DJ도 직.간접적으로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다.

동교동계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많은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DJ정부 출범에서부터 전성기를 맞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동교동 1세대'로 불리는 권노갑(權魯甲)전 의원.한화갑(韓和甲)대표.김옥두(金玉斗)의원.남궁진(南宮鎭)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은 일약 '핵심 실세'가 됐다.

특히 權전의원은 'DJ의 대리인'으로 통해 공천과 자금은 물론 각료 임명.정부 산하단체 인사에 개입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협(李協)최고위원과 이윤수(李允洙)의원도 DJ의 비서 출신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설훈(薛勳).배기선(裵基善)의원과 최재승(崔在昇).윤철상(尹鐵相).정동채(鄭東采)의원 등은 80년대 합류한 '2세대'다.

이들 역시 崔의원이 아태재단 후원회장, 鄭의원이 총재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훈평(李訓平).박양수(朴洋洙).조재환(趙在煥)의원, 문희상(文喜相).배기운(裵奇雲).전갑길(全甲吉)의원도 요직을 거친 케이스.

막강한 동교동계는 일부 인사들의 비리가 알려지고 DJ의 아들들 문제가 겹치면서 코너에 몰렸다.

최근에는 노무현 당선자 측이 추진 중인 당 개혁에서의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정민,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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