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화, 주말께 전면가동 중단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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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수입신용장(L/C) 개설중단에 따라 현대석유화학이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들여오지 못해 주말께면 공장가동을 전면중단해야할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유화에 따르면 충남 대산공장 1, 2단지의 나프타재고는 10일 오전 현재 3만t에 불과해 나프타 소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로 공장 가동률을 이날부터 70%로 낮췄다.

현대유화 공장은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90%로, 8일에는 80%로 가동률을 이미 낮췄었다.

현대유화측은 나프타를 조속한 시일내에 들여오지 못할 경우 4-5일이면 재고 3만t이 완전히 동이나 주말께면 공장가동을 완전히 중단해야할 처지라고 밝혔다.

대산공장 1, 2 단지가 가동을 완전히 멈출 경우 하루 매출손실이 60억원에 이르며 1회 가동중단에 따른 각종 시설피해액도 25억원에 이르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공장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공장가동이 중단되면 액체상태인 파이프속의 제품원료가 굳어져 이를 완전히 분해,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유화 노조측도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주주들이 채권단의 완전감자 요구에 동의하지 않아 회사에 자금지원과 L/C개설이 안되고 있는 것과 관련, 분노를 표시하면서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기훈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사들이 그동안 회사경영에 적극 참여해오다 지금과 같은 부실을 초래해 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은 안하고 2천억원에 이르는 회사의 잔존가치에만 연연해 완전감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장전면가동 중단은 `노사 모두의 공멸'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아래 노조는 감자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주주사들에 12일중 질의서를 발송하고 그래도 아무런 응답이 없으면 그때부터 800여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들이 주주사들을 찾아가 실력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유화 대주주중 현대중공업, 현대상사, 현대미포조선,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채권단에 경영권 포기 및 주식포기 각서를 제출한 상태나 이들의 전체주식지분이 61.5%에 불과, 완전감자에 필요한 주식 정족수인 3분2(66.6%)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사가 채권단이 약속한 6천221원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으려면 나머지 주주사인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등의 추가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업계관계자들은 특히 현대건설(11.63%)의 경우 심한 자금난으로 이미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 있는데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현대유화를 살리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채권단의 감자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유택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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