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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리형 유학프로그램 참가한 정윤수군

중앙일보

입력

3개월이라는 겨울방학은 영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요한 점은 영어 환경에 얼마나 노출되느냐다. 학습 습관과 태도를 영어 습득에만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다. 필리핀 관리형 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정윤수(서울 송파구 세륜초 5?사진)군에게 영어 실력은 물런 물론 공부에 대한 자신감까지 갖추게 된 경험담을 들었다.

 필리핀 관리형 유학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 정군에겐 영어는 한마디로 불편한 과목이었다. 영어 자체가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영어 받아쓰기를 하면 10개 질문 중 1~2개만 맞출 뿐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말하기는 엄두도 못 냈다. 발음이 나쁘다는 자괴감에 원어민 교사와의 대화 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를 보완하려고 방과 후 몇몇 영어학원도 다녀봤지만 헛수고였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계속되자 2~3개월 다니다 학원을 옮기거나 그만두기 일쑤였다.

 정군이 필리핀 관리형 유학을 선택하게 된건 이렇게 부족한 학습동기를 얻고 영어 습득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의지가 부족한 자신을 하루 종일 영어로만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풍덩 빠트린 것이다. 그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6월부터 9월까지 4달 동안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자신감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영어 능력을 높이고 공부하는 재미도 갖게 해준 수업으로 정군은 영어 글쓰기 수업을 꼽았다. 책이나 자료를 읽고 줄거리나 자신의 생각을 쓰는 수업이다. 그 중 정군은 ‘Creative Writing’ 수업을 가장 즐거워했다. 이 수업은 주어진 그림을 보고 200단어 이상으로 상황을 묘사하거나 간단한 이야기를 창작해 영어로 쓰는 수업이다. 이런 연습을 매일 반복했다.

 “필리핀으로 가기 전 여러 학원을 다녀봤지만 글쓰기 수업은 없었어요. 글을 읽고 그에 따른 문제가 맞는지 틀리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수업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영어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어요. 필리핀을 다녀온 뒤론 웬만한 표현은 모두 영어로 쓸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땐 아빠가 사준 전자사전으로 예문도 확인하고 발음도 들으면서 영작 실력을 높이고 있어요.”

 ‘Literature’ 수업도 정군이 영어 글쓰기에 흥미를 갖는 데 도움을 줬다. 짧은 한 권의 책을 받아 읽은 뒤 다음날 수업 때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발표하는 수업이다. 질문은 미리 책 속에 함께 들어있다. 책은 위인전·과학·사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를 매일 한 권씩 읽고 다음날 수업에 발표하는 연습을 매일 하면서 영어로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발표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이다. 이와 함께 영어 받아쓰기도 진행돼 영어 발음·표현·어휘에 대한 정확성을 키울 수 있었다.

 교육과정이 끝난 뒤 한국에 귀국했을 때 뒤처지지 않도록 수학 수업도 병행된다. 수학진도는 학생의 현 학년보다 1년을 앞서 나간다. 정군은 이곳에서 6학년 수학까지 마치고 귀국했다. 이 같은 일과가 식사와 휴식시간을 빼고 하루 14시간 동안 매일 진행된다.

 “영어도 그렇지만 학습태도와 학업능력이 가장 크게 향상됐어요. 공부에 자신감이 생기니까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즐거워졌구요. 법률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요.” 정군은 현지에서 익힌 영어 능력과 학습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방과후 학원을 다니고 있다.

 정군의 어머니 신성자(45)씨는 “예전엔 책상에 앉아도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30분을 채 넘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2~3시간은 거뜬히 앉아 공부한다”며 기뻐했다. “필리핀에서 단체생활을 경험한 덕에 스스로 몸을 단장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도 갖게 됐다”며 “필리핀에서 맘껏 스포츠를 즐기며 형·동생을 사귀면서 사회성과 활동성이 활발해진 점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정군의 필리핀 유학 뒤 신씨도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신씨는 “예전엔 엄마 욕심으로 아이를 학원에 무조건 보내려 했다”며 “지금은 아이에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 그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찾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할 때 전화 통화로 하루 14시간 이어지는 수업 강도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 해내겠다고 말해 계속 있도록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유학을 보내기보다 아이가 현지 교육과정을 충분히 수행하고 스스로 인내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 이라고 조언했다.

<글=박정식 기자 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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