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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 대기업 계열분리 명령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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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안철수에 바란다’는 주제로 재외국민과 화상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2일 자신이 집권하면 재벌의 계열사를 강제로 떼내는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대통령 직속의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벌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재벌개혁 사령탑’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1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보다 ‘좌클릭’한 재벌개혁을 예고한 셈이다.

 안 후보 캠프의 경제민주화포럼 대표인 전성인(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구조개혁의 궁극적 조치인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을 논의 중”이라며 “재벌의 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헌법적 명령’을 이행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열분리 명령제 같은 게 포함되지 않은 문재인 후보의 재벌정책은 세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기자회견을 한 이봉의(법학) 서울대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열분리 명령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 14일 안 후보가 직접 밝힐 경제민주화 정책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계열분리 명령은 정부가 재벌에 계열사들을 떼내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재벌의 강제해체와 비슷해 공권력을 통한 최후수단으로 여겨진다. 어떤 재벌에 대해 계열분리 명령을 내릴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전·이 두 교수는 그러나 국회에서 무소속 한 석만 확보한 상태에서 이 같은 초강경 제도를 어떻게 법제화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지난 8월 한 토론회에서 “순환출자 금지나 계열분리 명령제 등 소유 규제를 도입하는 게 불가피하며 정면승부 없이 올바로 (재벌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그러나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해 이날 발표에선 “신규는 금지하되 기존(순환출자분)에 대해선 그대로 두겠다는 게 안 후보의 뜻”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입장과 같고, 기존 출자분 정리에 3년 유예를 두도록 한 문 후보와는 다르다.

 안 후보의 강도 높은 재벌개혁은 진작부터 예고됐었다. 출마 선언 이전부터 대기업에 비판적인 발언을 되풀이했었다.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면서 대기업 횡포를 몸소 겪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후보는 “중소기업이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독점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맺게 되는데 그 순간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에 갇힌다. 동물원에서 죽어야만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었다.

 전 교수는 재벌개혁위와 관련해 “재벌 관련 정책의 총괄·조정뿐 아니라 관련 부처에 정책집행을 요청하고 입법을 권고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벌개혁위는 가칭 ‘재벌개혁 기본법’을 통해 설치 근거가 마련된다. 여기엔 기획재정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 관련 부처 장으로 구성되는 정부위원과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에 대해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이미 정부의 여러 부처나 기관에서 대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데 또 다른 기구를 만든다면 옥상옥(屋上屋) 규제”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원래 14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11일 먼저 관련 공약을 내놓자 갑자기 앞당겨 12일 재벌개혁 부분만 먼저 발표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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