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맨몸으로 동부전선 철책을 넘었던 북한 병사는 상관을 폭행하고 탈영한 뒤 귀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가 동부전선을 관할하는 1군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와 오후에 진행된 귀순 현장 국감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휴전선에서 50㎞가량 떨어진 부대에서 근무하던 북한 병사가 지난달 28일 저녁 부대 안에서 음식물을 훔쳐 먹다 들켜 상관에게 두들겨 맞았고 이 과정에서 상관을 폭행한 뒤 탈영했다”며 “숨어 지내다가 지난 2일 밤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군의 우발적인 귀순에도 경계에 구멍이 난 걸 두고 질타가 쏟아졌다. 만약 북한군이 도발을 목적으로 고도로 훈련된 특수병을 남파했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수밖에 없다고 봐서다. 조성직 22사단장은 “경계에 구멍이 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박종규 사령관도 국감에서 보고를 하며 “이 시간에도 혼신을 다해 근무하는 병사들이 잘못해서, 군 기강이 문란해서 그런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부하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울먹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동부전선 부대 현장 철책에는 귀순자가 넘어온 경로를 표시하는 붉은색 테이프가 표시돼 있었다. 군 관계자는 “3중으로 돼 있는 철책 중 귀순자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철책만 넘어온 곳을 기억하고 첫 번째 철책은 어느 곳으로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높이 3~4m의 판망이라 불리는 철책에 5m 간격마다 ‘Y’자형 지지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3중의 스프링 모양의 윤형(輪形)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다. 귀순자는 Y자형 지지대를 잡고 철책에 올라 철책과 철조망 사이를 벌려 이 사이를 통과했다고 한다. 조 사단장은 “그렇게 넘어오는 걸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 우리 병사들을 불러다 재연을 해보니 가능했다”며 “철책 북면에 윤형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해 접근을 차단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연 당시 북한군 병사보다 10㎝가 크고 10㎏이 더 나가는 병사가 처음에는 4분 만에 넘었고 횟수를 더하자 61초 만에 넘기도 했다고 한다.
고성=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