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진영 "나는 섹스가 너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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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섹스가 너무 좋습니다. 여자친구(아내) 와 뽀뽀하는 것이 좋고 살을 맞대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8년동안 사귄 여자와 결혼해 함께 살고 있는 2년 동안 섹스를 많이 하고 있으며 그 경험들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가수 박진영(30) 은 6일 낮 서울 이화여대 대학원관 중강당에서 '대중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개방적인 성관념을 거리낌없이 털어놓았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이날 박진영의 6집 앨범 「게임」을 놓고 벌어지고있는 선정성 논란과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진영은 "이성친구나 부부끼리 나누는 특별하고 색다른 섹스가 왜 음란 저질로 치부돼야 하는가"라며 "한국의 가정에는 좀더 쾌락적이고 변태적이고 난잡한 섹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유부남들은 진정 사랑해야 할 아내에게는 '의무방어전'이나 치르면서 성욕구를 집 바깥에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처럼 비뚤어지고 이중적인 성문화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부부간 성관계가 좀더 쾌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기윤실) 가 '청소년 유해론'을 주장하며 그의 음반에 대해 판매금지운동을 벌이는 것과 관련, "청소년 보호를 위해 그런 운동을 벌이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내가 음반을 팔아먹기 위해 십대들에게 사기를 치고일부러 소란을 피운다고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윤실이야말로 기부금을 많이 받아내려고 이처럼 소란을 피우느냐고 비난하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공박했다.

그는 새 앨범과 뮤직비디오에 대해 방송사들이 방송불가 판정을 내린 데 대해 "심의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심의의 일관성이 없고 적절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창작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현(문화평론가) 씨는 "세금을 내지 않고도 반성은 커녕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유력 신문사들의 행태가 박진영의 노래보다 청소년에게훨씬 유해하다"면서 "거대 언론사들은 무제한에 가까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데 가수의 노래가 제한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기윤실 등이 박진영의 노래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음반의 유해성 문제를 떠나 박진영이 가진 기존의 성적 이미지때문이자 성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씨는 "사생활 비디오가 유출된 여자 연예인들은 박진영처럼 왜 당당하게 성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칠 수 없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산업사회 이후 '일하는 인간'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반대편에서 포르노그라피가 생겨났듯 '일'과 '놀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면 미숙한 문화가 생겨난다"면서 "박진영 노래의 선정성 논란은 우리 사회의 분열증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어서 찬반 양론자들의 입장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기윤실측의 토론자가 참석하지 않아 성표현 문제를 놓고 찬반양론의 팽팽한 입씨름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토론회는 대학생 등 300여명이 지켜봤으며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던 가수 싸이는 개인사정으로 빠졌다.(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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