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잡았다더니 … 북 병사, 내무반 노크하며 귀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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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2일 맨몸으로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을 타넘은 북한군 병사의 귀순 과정을 관할 부대가 경계 소홀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축소 조작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0일 “철책이 뚫렸다는 지적에 대해 합참 검열실이 조사한 결과 최초 보고와 달리 귀순자가 소초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접근한 뒤 우리 병사들의 생활관(내무반) 출입문을 손으로 두드려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는 북한 병사가 생활관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철책 전방의 비무장지대에서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전초(GP), 철책 후방에서 철책을 감시하는 일반전초(GOP), 그리고 GOP 부대의 생활관 폐쇄회로TV(CCTV)가 차례로 뚫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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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은 지난 8일 해당 부대의 보고를 바탕으로 근무 중이던 병사가 CCTV로 북한 병사를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었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CCTV를 보고 귀순자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가 경계태세 소홀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상부에 허위로 보고했고, 결과적으로 의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다.

 합참에 따르면 귀순한 북한 병사가 휴전선 이북의 북측 철책을 넘은 건 2일 밤 9시30분쯤. 20대 초반의 그는 북한 철책과 전기철조망을 차례로 통과해 휴전선을 가로질렀다. 그 뒤 우리 군이 설치한 철책을 위로 타넘어 왔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군은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높이 4m 내외의 철책 윗부분에 나선형으로 감아 놓은 철조망을 설치해 뒀지만, 북한 병사는 입고 있던 옷을 철조망에 걸쳐 그 위를 타넘어 왔다고 한다.

 이후 그는 부대 생활관에 켜져 있는 불빛을 보고 순찰용 통로로 이동했고, 밤 11시19분 철책에서 10m 떨어져 있는 생활관 출입문을 두드렸다. 그때서야 야간 근무를 서던 우리 병사들이 문 밖으로 나가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가 어느 지점의 철책을 타넘은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은 국가정보원 등과 귀순 동기, 이동 경로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북한 병사의 귀순과 관련한 허위보고 사실이 확인되자 정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새누리당) 의원에게 전화로 상황을 다시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또 국방위 여야 간사인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과 안규백 민주당 의원, 그리고 해당 질문을 했던 김광진(민주당) 의원에게도 바뀐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어선 NLL 넘을 뻔=군은 10일 오전 연평도 동남방 15.5㎞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6.1㎞까지 접근해 북상하던 19t급 어선 부흥호를 발견해 해경과 함께 항로를 차단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어선은 전남 신안을 출발해 인천 용유도 북쪽으로 가던 중 항로 착오로 NLL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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