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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그 친구, 유튜브가 선생님이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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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한다’하는 아이들을 취재하다 보면 의외의 방법으로 학습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부모 세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스마트폰 활용 공부법이 눈에 띈다. 열려라 공부는 아이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내 손 안의 공부법, ‘유튜브·카카오톡·SNS 활용 공부법’을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경기도 안성시 죽화초 원어민 교사 글렌 지론(가운데)이 같은 학교 5학년 박재호군(왼쪽)과 김태훈군(오른쪽)에게 유튜브 과학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부도 ‘오감 만족’이 필요한 시대다. 단순히 책에 있는 지문을 읽고 일방적으로 머릿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때그때 궁금증을 풀고 직접 눈으로 보며 머릿속에 공부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죽화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은 원어민 교사 글렌 지론(23·Glenn Giron)의 유튜브 활용 수업 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공부 방법 자체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지론은 “미국에선 수업시간에 유튜브 활용이 보편화돼 있다”며 “지방 아이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고 듣는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다. 이 고민을 유튜브를 통해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된 자료를 보면 겁부터 내는 아이라면 재미있는 과학실험을 따라 하는 영상도 좋다. 과학실험 자체가 마술처럼 흥미롭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아이라도 즐겁게 영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 한국인 교사인 고지훈(30)씨는 “지론 선생님 영향으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도 유튜브를 활용해 여러 과목을 공부한다”며 “단순히 학습을 넘어 문화적인 면을 배울 수 있어 다른 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없애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팝 위주의 뮤직비디오만 보던 아이들은 과학실험과 세계사, 수학 풀이 같은 다양한 과목의 동영상으로 접속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5학년 김태호(12)군은 “영어뿐 아니라 과학과 사회 과목도 유튜브로 공부한다”며 “관련 영상을 찾다 보면 자연적으로 외워진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영상이 있기 때문에 대충 이해가 가고 꾸준히 보다 보니 영어 실력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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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회에 걸쳐 고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지론은 영어 교사지만 영어로 노래와 과학, 미술과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 역시 책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 자체도 낯설어 하고 미국이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친해지기 어려웠다. 지론은 “미국 현지 교사들은 대부분 유튜브를 활용한 수업에 긍정적”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동영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영어와 학습, 문화를 익히도록 해보자는 생각에 시도해 봤다”고 했다. 그의 예상대로 노래와 만화, 다양한 영상으로 된 학습 동영상이 펼쳐지자 아이들은 책상을 바짝 앞으로 당겼다. 5학년 박재호(12)군은 “선생님이 수업할 때보다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수업 자체가 기다려지고 영어 시간이 끝나면 아쉽다”고 말했다.

지론이 추천하는 유튜브 활용법은 이렇다. 초등학생이라면 음악이나 미술과 관련된 재밌는 동영상으로 집중도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대부분 관련 전문가들의 동영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영상을 보고 관련 도서를 찾아 보는 형식으로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 중·고교생이라면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토론 모임을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지론은 “매달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를 골라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찬성과 반대로 나눠 영어 토론을 해보자”며 “유튜브에 올라온 생생한 자료를 토대로 토론하면서 자료를 구하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튜브 EDU(www.youtube.com/edu)에 접속하면 초·중·고교생별 추천 콘텐트는 물론 과목별로 전 세계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올린 교육 동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글= 김소엽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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