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 년 전 사라진 줄 알았던 패충류, 울진 성류굴에 살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울진 성류굴의 패충류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왼편이 암컷 껍질, 두 쪽으로 나뉜 게 수컷 껍질이다. 껍질 밑 막대길이는 200㎛(1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4000만 년 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작은 갑각류 동물이 경북 울진의 성류굴에서 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9일 프람보키테르(Frambocythere) 속(屬)에 속하는 패충류(貝蟲類) 신종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종전까지 이 패충류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1억3500만 년~4000만 년 전까지의 지층에서 화석으로만 발견돼 왔다. 패충류는 몸 길이 1㎜ 안팎의 씨앗 모양으로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 장의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가 있다. 얼핏 작은 조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패충류는 원유가 포함돼 있는 지층에서 흔히 발견돼 유전(油田) 개발의 지표생물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해당 패충류는 최용근 영월동굴생태관장이 10여 년 전 성류굴의 미공개 구간인 제3동굴호수에서 처음 채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대구대 장천영(생명과학) 교수가 표본의 특이점을 발견하고는 영국 고생물학 전문가팀의 자문을 거쳐 지난해 5월 신종임을 밝혀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지난해 말 해당 종이 처음 발견된 동굴의 호수 수심 10m 지점에서 30여 마리를 추가로 채집했다”고 말했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지표수에서 살던 패충류가 지하 동굴로 서식지를 옮긴 덕분에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6만5000여 종의 패충류가 출현했으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종은 1만30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생물학 학술지인 미고생물학지(微古生物學誌, Journal of Micropalaeontology)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