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직원 얼굴로…불산누출 당시 영상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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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 당시 상황이 촬영된 폐쇄회로TV(CCTV) 화면. 탱크로리 위로 희뿌연 불산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사진 경북지방경찰청]

경북 구미의 불산(불화수소) 가스 누출사고는 화공업체 직원들의 방심이 부른 재난으로 확인됐다. 구미경찰서는 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직원 3명이 탱크로리에서 공장 저장탱크로 불산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도중 호스를 연결하지 않고 밸브를 열어 대량의 불산이 누출됐다고 밝혔다.

<본지 10월 9일자 10면>

 경찰은 사고업체인 ㈜휴브글로벌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원료 호스와 에어 호스가 모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밸브 두 개가 모두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작업을 하던 최모(30·사망)씨 등 직원 3명이 작업 지침과 안전 수칙을 어긴 사실을 확인했다. 작업 지침에 따르면 에어 밸브와 원료 밸브를 순차적으로 열어야 하지만 CCTV 화면상의 직원들은 두 밸브의 마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작업했다. 또 회사에는 방호복과 방독면이 비치돼 있었지만 직원들은 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CCTV 화면의 직원들은 회사 작업복과 노란 고무장갑, 방진 마스크만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은 작업반장 최씨 등 3명은 6개월∼3년 동안 같은 작업을 매일 한두 차례씩 반복해 온 직원들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초보자도 아닌 직원 3명이 호스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밸브를 연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최씨 등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사고 직후 모두 숨져 이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스 연결 작업을 하던 직원 박씨(24)가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밸브가 열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CCTV 화면에 박씨의 몸이 기울어지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일 같은 작업을 한 직원들이 호스가 연결된 것으로 착각하고 밸브를 열었을 가능성은 낮다”며 레버가 박씨의 손이나 발에 닿아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경찰은 회사 대표와 공장장 등 관계자를 추가 조사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낸 뒤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불산 누출 사고로 8일까지 4195명이 진료나 검진을 받는 등 주민 건강 피해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환경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감기와 유사한 목·코·눈 등의 자극 증상이 대부분이고 일부에게는 피부 발진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구미 재앙, 어이없는 실수가 불렀다 #경찰 CCTV 분석 “직원 3명, 호스 연결 않고 불산 밸브 열어” … 중앙일보 보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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