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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비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축구

중앙일보

입력

중국을 가난의 굴레에서 해방시킨 '작은 거인' 덩샤오핑은 경제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포츠,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내가 죽기 전 중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꿈" 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의 관심은 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 등 우승 후보들의 경쟁과 몇몇 영스타들의 묘기 경쟁에 초점이 모이지만 필자는 중국 청소년팀에 관심을 두었다.

중국은 예선 C조에서 와일드 카드로 16강전에 진출해 아시아 축구의 체면을 세웠다. 비록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에 1 - 2로 패했지만 중국 축구는 얻은 것이 많았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 막혀 월드컵·올림픽·세계청소년대회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 진출하지 못했던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축구계에 명함을 내밀고 기지개를 편 것이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매우 선전했다. 경기 초반 4분 만에 로드리게스에게 골을 내줘 어렵게 출발했다. 하지만 후반 10분 스타라이커 추보가 동점골을 넣어 1 - 1 상황을 만들며 기세를 올렸다.

이미 '시샘 반, 부러움 반' 이 돼버린 일본축구에 가려 중국이 부쩍 부쩍 크고 있다는 점을 한국은 경시하고 있다.

중국은 육상.농구.배구 등에서 세계 무대를 휩쓸었지만 유독 축구만은 '한계' 를 절감했었다. 그러나 경제 개방과 함께 중국 축구도 개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다섯가지 개혁안을 마련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골키퍼의 수입을 금지했고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또 에이전트 제도도 발빠르게 도입했다. 드래프트를 실시하되 하위 팀부터 지명하는 제도를 결정했고 선수들의 프로 의식을 높이기 위해 ▶선수 수칙▶선수 규율▶수칙과 규율 위반에 대한 벌칙▶국제축구연맹 경기 규칙 등을 익히도록 했다.

광활한 대륙 곳곳에서 대나무 크듯 훌쩍 커가고 있는 꿈나무들의 기세는 대단하다. '축구 학교' 로 불리는 유.소년 축구단체가 엄청난 재원과 정부의 지원 아래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 중국의 축구 학교는 1백명 이상인 곳만 해도 30여개가 있다. 이중 5백~6백명에 이르는 대형 학교도 10여군데나 된다니 그 잠제력이 엄청나기만 하다.

한국의 축구교실이 방과 후 정해진 장소에서 훈련하는 소규모의 성격인 반면 중국은 초.중.고 과정을 축구 학교에서 거치게 된다. 이도 모자라 최근 중국에는 아약스.인터밀란 등 세계적인 클럽들과 교류하며 지도자를 초빙해 선진축구 접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와일드 카드로 16강에 오른 것 갖고 웬 호들갑인가' 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중국 축구를 무시하면 머지않아 중국에도 당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중국 축구가 '공한증' 을 떨치는 그날,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좌절감에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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