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법원, 우리국민에 도메인 이전명령

중앙일보

입력

최근 프랑스 법원이 자국 방송사와 유사한 도메인(인터넷주소)을 등록한 우리 국민에게 도메인을 자국 방송사에 넘기도록 명령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france2.com''과 `france3.com'' 등 2개의 도메인을 보유한 김모씨가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의 인증을 받은 국내 도메인 등록대행업체 H사를 상대로 "도메인 이전명령은 부당하다"며 도메인 등록자 정보 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2일 서울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28일 확인됨에 따라 밝혀졌다.

김씨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프랑스2 채널(France2 Channel)''과 `프랑스3 채널(France3 Channel)'' 등 2개사를 거느린 프랑스 국영방송사가 김씨를 상대로 도메인 이전과 도메인 무단사용에 따른 100만 프랑(약 1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김씨는 3월28일 이들 도메인을 H사에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나 5월초 프랑스 낭트지방법원으로부터 출석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www.france2.fr''과 `www.france3.fr''이라는 도메인을 보유한 프랑스 국영방송사측은 소장에서 "김씨가 유사 도메인을 가진 사이트에 음란성향의 사진을 올려놓아 통속적인 방송을 배격하고 있는 본 방송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등록한 도메인은 `france''라는 국가이름에 숫자를 결합시킨 일반적인 용어로 프랑스에 이런 이름을 가진 방송국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재판관할권도 따져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내려진 판결은 무효"라는 취지의 영어 답변서를 법원에 보내고 재판에 불참했다.

이에 낭트지방법원은 지난달 14일 김씨가 불참한 가운데 재판을 강행, 도메인 이전과 배상금 20만 프랑(약3천400만원)씩을 두 방송국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판결문을 같은달 28일 김씨에게 송달했으며, 방송국들도 ICANN측에 이메일을 보내 ICANN과 H사가 도메인 이전 등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ICANN의 인증에 따라 등록대행업을 하는 H사가 ICANN과 프랑스 방송사의 압력에 굴복, 도메인을 이전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한편 H사는 "도메인 분쟁은 ICANN이 규정한 `통합도메인네임 분쟁조정정책''에 따라 해결하거나 `세계 지적재산권보호기구(WIPO)''를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